|
|
|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승부사’ ‘투자의 귀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손 회장이 투자하면 성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투자를 받아낸 IT기업들은 대부분 큰 성공을 거뒀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가 대표적이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에 200억 원을 투자해 59조 원을 벌어들였다.
손 회장이 요즘 들어 O2O(Online to Off-line)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 손정의, 국내 O2O시장에 통큰 투자
손 회장은 국내 소셜커머스 점유율 1위인 쿠팡에 최근 1조 원에 이르는 거액을 투자했다.
쿠팡이 유치한 투자금액은 올해 글로벌 기업 전체를 통틀어 봤을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쿠팡은 2010년 설립된 소셜커머스회사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고객과 오프라인 상점을 이어준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O2O사업을 하는 곳이다.
손 회장은 “쿠팡이 소셜 커머스시장을 혁신할 수 있는 동력을 갖고 있는 것을 봤다”며 “ 쿠팡처럼 각 영역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혁신적 사업가를 지원하는 것이 소프트뱅크가 추구하는 투자”라고 말했다.
|
|
|
▲ 김범석 쿠팡 대표. |
손정의 회장의 O2O사업 투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손 회장은 쿠팡에 투자를 결정한 뒤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다른 유형의 O2O 서비스에 투자했다.
소프트뱅크의 국내 투자전문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 6월 ‘홈쇼핑모아’ 앱으로 유명한 ‘버즈니’에 6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홈쇼핑모아 앱은 국내 홈쇼핑TV 채널의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들로부터 제품사용 후기와 같은 피드백을 받아 이를 공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 해외 O2O시장에도 활발한 투자
손 회장은 해외에서도 O2O서비스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손 회장은 2013년 중국의 핀테크기업인 ‘유리왕’에 1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유리왕의 경우 투자자는 온라인으로, 투자를 받기 원하는 사업가는 오프라인으로 모집하는 독특한 펀드라이징 사업모델을 내세워 손 회장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손 회장은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콜택시 앱 시장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5월 중국 콜택시 앱 업계 1위인 '콰이디다처'에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콰이디다처는 중국 택시시장에서 점유율 54.4%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싱가폴의 ‘그랩택시’도 소프트뱅크로부터 2억5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동남아시아 인터넷기업에 투자한 최대 금액이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그랩택시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손 회장의 글로벌 O2O기업 투자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손 회장의 투자방식을 미뤄봤을 때 한 번 투자한 기업이 확실한 우위를 점할 때 까지 투자를 계속 이어간다는 특징이 있다”며 “쿠팡의 경우 손 회장이 이번에 투자한 1조 원이 대단한 규모지만 앞으로 투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손정의는 왜 O2O사업에 투자할까
손정의 회장은 쿠팡에 1조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쿠팡의 현재 가치는 5조 원에 이른다”고 단언했다.
손 회장이 10년 뒤 기업가치가 10배 이상 성장할 것이 확실한 기업에만 투자를 결정한다는 원칙에 비춰볼 때 10년 뒤 쿠팡의 가치를 적어도 50조 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현재 기업가치가 60조 원에 이르는 이마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
|
|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쿠팡이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 서비스를 구축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
쿠팡은 지난해까지 누적된 영업손실만 1200억 원에 이른다. 국내 소셜커머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앞으로 적자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싱가폴의 ‘그랩택시’나 중국의 ‘콰이디다처’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택시시장을 관리하기 때문에 콜택시 앱을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랩택시도 기업규모나 가치에 비해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과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손 회장이 투자를 감행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파악한다. 손 회장이 현재 이들 기업이 처한 상황보다 그들이 내세운 독자적 콘텐츠와 시장 특유의 환경을 더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을 예로 들면 쿠팡은 위메프, 쿠차 등과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 1위를 사수하고 있다. 2013년 1조 원에 이르렀던 거래금액은 불과 1년 만인 지난해 2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손 회장은 쿠팡이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와 달리 혁신을 주저하지 않는 기업이라는데 주목했다고 밝혔다. 이는 쿠팡의 자체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을 두고 한 말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데는 로켓배송 사업을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 부은 탓”이라며 “이 서비스를 놓고 택배업계와 갈등을 벌이고 있지만 어쨌든 쿠팡은 소셜커머스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배송 서비스를 구축한 회사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후발 주자가 지금와서 쿠팡을 따라하기도 힘들다”며 “자체 물류창고와 차량, 자동화된 물류관리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랩택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싱가폴은 세계에서 차량 유지비가 가장 높은 국가 가운데 하나인 만큼 택시 이용률도 매년 상승하고 있다. 아열대 기후에 속해 연간 강수량도 높기 때문에 콜택시 수요도 다른 국가들보다 높은 편이다.
|
|
|
▲ 중국의 한 택시회사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중국정부가 콜택시앱을 규제할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지만 결국 시장의 흐름에 백기를 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IT조사업체인 이관궈지에 따르면 2013년 2160만 명에 불과했던 중국 콜택시 앱 이용자는 지난해 무려 7배나 증가해 1억5400만 명까지 늘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생활화하면서 O2O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0년 대 초반 IT붐을 주도한 사업이 대부분 PC인터넷을 기반으로 온라인에 특화했던 것과 달리 모바일 시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사업이 득세할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KT경제연구소는 최근 “국내 O2O시장규모는 점차 발전해 연간 300조 원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국가 1년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손 회장이 O2O에 사업에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결국 O2O서비스가 반짝 인기를 끌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 깊숙히 침투할 것이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