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분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그동안 남남처럼 지내왔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같은 그룹으로 묶어 떨어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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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
서울고법 행정7부(황병하 부장판사)는 23일 박삼구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금호석유화학 8개 계열사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금호아시아나의 소속 회사로 지정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삼구는 금호석유화학의 주식을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박찬구 등과 함께 소유한 주식도 지분율이 24.38%(올 4월 기준)이므로 박삼구가 그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기업집단 금호아시아나에 금호석유화학을 포함시키기 위한 지분율 요건(30% 이상)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박삼구가 박찬구를 통해 금호석유화학의 사업내용을 사실상 지배한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워크아웃 절차 또는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로 편입되자 박찬구 회장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합의과정에서 채권단에 금호석화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적극적으로 요구했고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이 이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0년부터 금호석유화학 등 8개사가 신입사원 채용을 별도로 해온 점, '금호'라는 상호는 쓰지만 금호아시아나의 로고는 쓰고 있지 않은 점, 사옥을 분리해 사용하고 있는 점, 기업집단현황을 별도로 공시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경영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결론내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 계열사들이 법적으로 계열분리돼 독립경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동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소유한 회사 26개를 하나의 그룹으로 분류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대규모 기업집단 61개를 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6개 계열사, 자산총액 18조8280억 원으로 2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룹이 분리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총액은 13조4222억 원으로 줄어 29위가 되고,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자산총액 5조3883억 원으로 61위가 된다.
금호석유화학그룹에 금호석유화학, 금호피앤비화학,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티앤엘, 금호폴리켐, 금호알에이씨, 금호개발상사, 코리아에너지발전소 등 8개 회사가 포함된다.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셋째아들인 박삼구 회장과 넷째아들인 박찬구 회장은 2010년부터 그룹 경영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형제 간 갈등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9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우건설을 재매각하기로 하면서부터 불거졌다.
형제는 그동안 상표권 맞소송을 벌이고 상대방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첨예하게 부딪혀 왔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했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고, 지난 5월 박인천 창업주의 장남 박성용 회장 10주기 추모행사도 각자 치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