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베트남에서 모바일앱 '쏠'로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계좌 개설 등 서비스를 도입해 외국계 은행의 약점을 극복하고 현지 영업력을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은행이 베트남에서 모바일 플랫폼을 앞세워 신한은행을 뛰어넘겠다는 계획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신한은행이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내는 일이 중요해졌다.
11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베트남 중앙은행과 협력해 베트남 버전 쏠앱에 비대면 실명인증 기능을 도입하는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
현지 고객들이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아도 쏠앱으로 인터넷전문은행처럼 계좌 개설과 대출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개인고객 기반을 강화하고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쏠앱을 활용한 고객 확보와 가입자 유지에 힘쓰고 있다.
베트남 현지 은행이나 베트남에 진출한 다른 외국계 은행의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만큼 쏠앱을 신한은행의 차별화된 경쟁요소로 앞세우겠다는 것이다.
쏠앱은 현재 베트남 출시 약 1년만에 15만 명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고 현지 핀테크업체와 협력으로 메신저 연계 대출과 신용카드 가입, 부동산 담보대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과 협력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도입된다면 신한은행이 영업점 부족 등 외국계 은행의 단점을 극복하고 현지 은행과 경쟁하는 데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베트남의 외국계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36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지 금융당국 규제로 연간 최대 5개의 지점 개설 허가만 받을 수 있어 영업망 확대에 한계가 있다.
모바일 플랫폼과 비대면 서비스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예금과 대출상품 판매도 확대할 수 있다면 이런 약점을 뛰어넘고 현지에서 본격적으로 고객 기반을 늘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경쟁사인 우리은행이 내년 상반기까지 베트남에서 모바일 서비스를 고도화해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모바일금융 플랫폼시장에서 신한은행과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베트남에 영업점을 매년 5개씩 늘려 현지 고객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차별화된 모바일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해 비대면 영업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현지시장에 맞춰 개발한 모바일 신용대출 상품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모바일 플랫폼 등을 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현지 고객 확보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최근 베트남 우리은행 다낭지점 개점식에 직접 참석해 베트남 1위 외국계 은행에 오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현재 베트남에서 자산규모와 순이익 기준 외국계 은행 1위인 신한은행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영업점 수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고객 확보 등 성과로 선두를 지켜왔지만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개인고객 확보에는 경쟁사와 동등한 조건에 놓일 공산이 크다.
결국 신한은행이 모바일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쏠앱의 비대면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과 앱 자체의 경쟁력 등을 강화해 우리은행의 추격에 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베트남 쏠앱의 비대면 서비스 추진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은 1억 명에 이르는 전체 인구 절반가량이 30~40대로 젊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은행계좌 보급률보다 높아 모바일금융서비스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으로 꼽힌다.
동남아지역 지리적 특성상 다수의 현지 고객들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대면 모바일금융서비스의 성장 전망이 밝은 이유로 꼽힌다.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등 최근 신한은행과 경쟁사들이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다른 국가도 비슷한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먼저 승기를 잡는 것이 시장 확대에도 유리하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디지털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성장전략의 양대축으로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서 은행업황 부진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한은행이 베트남에서 디지털 경쟁력을 높여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일은 중요한 성과가 될 수 있다.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신한은행이 해외에서 거둔 전체 수익에서 3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