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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진 곤혹, 삼성물산 주가하락에 KCC 1400억 평가손실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7-21 16: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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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진 KCC 회장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KCC는 삼성물산 자사주 전량을 사들여 제일모직과 합병에서 ‘백기사’ 역할을 했는데 합병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KCC는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몽진 곤혹, 삼성물산 주가하락에 KCC 1400억 평가손실  
▲ 정몽진 KCC 회장.
국민연금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을 모두 들고 있는데 합병안 통과 뒤 두 회사의 주가가 급락해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는 21일 전날보다 1.33%(800원)가 하락한 5만9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제일모직 주가도 2%(3500원) 내렸다. 제일모직 주가는 이날 17만1500원에 장을 마쳤다.

두 회사 모두 합병안이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한 17일 이후 사흘째 내리막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는 16일 만해도 6만9300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제일모직과 합병계획이 발표된 지난 5월27일 6만5700원까지 올랐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7%가량 지분 보유사실을 밝히며 합병반대 공세를 본격화하자 삼성물산 주가는 6월8일 8만4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물산 주가는 그 뒤 7만 원대를 내주고 6만 원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다 정작 합병안이 주총을 통과하자 5만 원대 후반까지 털썩 주저앉은 것이다.

정몽진 KCC 회장은 단단히 체면을 구기고 있다. 정 회장은 KCC를 통해 지난 6월10일 종가 7만5천 원에 삼성물산 주식의 5.76%에 해당하는 자사주 899만 주 전량을 사들였다. 매입가격은 6743억 원이었다.

KCC가 사들인 삼성물산 주식은 21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5322억 원 가량이다. 평가손실액이 1400억 원을 넘긴 것이다.

올해 들어 삼성물산 주가가 7만 원을 넘긴 것은 단 3거래일에 불과하다. 현재 주가상황만 놓고 보면 정 회장은 삼성물산 주가의 상투를 잡은 셈이다.

정 회장은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해 주총에서 합병의 ‘백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합병안은 삼성물산 주총에서 최소 67%의 찬성표를 얻었어야 했는데 표대결 결과 69%를 얻었다. 2% 지분만 반대표를 던져도 부결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KCC가 보유한 지분이 6%에서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인 만큼 이번 합병안 통과에 사실상 절대적 영향을 끼친 것이다.

삼성물산 현재 주가만 놓고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정 회장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 회장은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뒤 안팎에서 협공을 받기도 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KCC의 자사주 취득을 통한 의결권 획득이 불법이라며 법적 공세를 퍼부었다. 정 회장은 또 삼성물산 자사주를 고가로 매입했다며 배임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 회장은 재계에서 ‘미다스의 손’ 혹은 ‘한국의 버핏’으로 불릴 정도로 투자의 귀재로 손꼽힌 오너 경영인이다. 이 때문에 KCC를 두고 건자재업이 아닌 자산운용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순전히 투자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정 회장이 KCC를 통해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은 자존심 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몽진 곤혹, 삼성물산 주가하락에 KCC 1400억 평가손실  
▲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KCC는 이번에 취득한 삼성물산 자사주 외에 제일모직 지분도 10.19%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있다. 정 회장은 합병안 통과 뒤 제일모직 주가하락에 따른 평가손실도 입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도 난처한 처지에 몰려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61%, 제일모직 지분 5.04%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두 회사 주가하락에 따라 현재까지 3천억 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은 합병을 둘러싼 찬반공방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그 결정에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연금은 찬성의견을 내기로 결정하면서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합병무산에 따른 두 회사 주가하락을 우려한 점도 작용한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막상 합병안이 통과된 뒤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한 만큼 국민연금도 당장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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