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등 주요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의 2019년 1~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일제히 늘어났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자칫 정부가 카드사를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일 명분이 될 수도 있는 탓이다.
▲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등 주요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의 1~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일제히 늘어났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대부분이 애초 추정과 달리 좋은 실적을 냈다. 카드수수료 인하 등으로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란 예상에서 벗어났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순이익 4111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한 수치다. 수수료수익은 줄었지만 자동차할부금융과 보험 및 여행 중개수수료,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수료수익 하락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KB국민카드의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무려 36.4%나 증가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도 251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했다. 금융자산과 할부자산 확대로 이자이익이 늘었고 마케팅비용을 효율화하는 등 비용도 절감했다,
우리카드 역시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이 94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늘었다. 3분기만 놓고 보면 283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34.8% 증가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마냥 좋아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익을 많이 낼수록 카드사들의 목소리가 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에 카드수수료 인하로 악화되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한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하한선 설정 △레버리지배율 상향 △부가서비스 축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수익성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카드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데 실제 카드수수료 인하에도 순이익이 늘어나면서 계속 카드업계 요구를 거절할 만한 명분이 생긴 셈이다.
더 나아가 카드수수료의 추가 인하를 놓고 금융당국의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 카드수수료는 최근 10년 동안 10차례 이상 인하됐다. ‘죽겠다’는 카드사와 ‘더 낮춰도 된다’는 금융당국이 신경전을 벌인지도 오래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이 2018년 상반기 카드업계의 순이익이 5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하자 카드업계가 산출방식과 발표시기를 놓고 다른 의도가 있다며 반발한 일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카드업계는 카드사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게 뻔한 상황에서 통계자료를 통해 순이익 증가를 강조한 것 자체가 추가 여력이 있다는 것을 여론화해 카드사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신용카드의 외상결제 때문에 가계 건전성에 부정적이고 연간 카드수수료로 부담하는 비용이 11조 원에 이르는 등 경제전반에 부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카드수수료를 향한 ‘동상이몽’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9월 카드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드사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 혁신을 강조했다. 이를 놓고 카드사들 사이에서는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카드사들은 순이익이 증가한 이유가 ‘불황형 흑자’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전형적 불황형 흑자”라며 “인력과 지점을 줄이고 고객 혜택도 축소하는 등 비용을 줄여 순이익을 내긴 했지만 지속 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적뿐 아니라 카드업계가 전반적으로 금융당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점 역시 문제”라며 “신상품 출시가 줄고 카드사 대표들의 대외활동 등도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