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전기요금 할인제도의 축소 또는 폐지를 요금개편안의 주요 뼈대로 삼고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문턱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
31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할인제도인 필수사용량 보장공제제도를 폐지하거나 수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11월까지 전기요금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는 전기 사용량이 월
200kWh 이하인 저소비층에 월
4천 원 한도로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다
.
저소득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에너지복지정책으로 추진된 것이지만 취지와 달리 고소득층도 혜택을 받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한국전력은
2018년 전체 가구의
49%에 이르는
958만 가구에 필수사용량 보장공제에 따라 전기요금을 모두
3964억 원 할인해 줬다
.
김 사장이 최근 전기요금 할인특례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강한 의견까지 내놔 한국전력 전기요금 개편안에 할인제도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 사장은 29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새로운 특례할인은 원칙적으로 도입하지 않을 것이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한시적 특례제도는 모두 일몰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에너지복지를 위해서는 전면적 할인혜택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 등 필요한 사람에게만 선별적으로 금액을 보조해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소신을 보여왔다.
그는 201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도 “복지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제공하고 그 이외에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으로 원가 회수를 정당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전기요금 개편안을 11월 말까지 마련하고 2020년 6월 말까지 산업부와 협의해 개편작업을 마칠 것”이라며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는 산업부도 합리적 수준에서 개편할 필요성에는 동의했던 만큼 한국전력은 적합한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 할인제도를 폐지하는 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경기활성화 기조에 따라 전면적 가전제품 구매 할인정책을 내놨다.
산업부는 1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으뜸효율 가전 환급제도’를 시행해 전력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구매자에게 구매금액의 10%를 환급해 주기로 했다.
으뜸효율 가전 환급제도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전기요금 할인가구에만 적용했는데 전체 소비자로 확대한 것이다.
환급금액은 한국전력 출연금에서 들고와 쓴다.
김 사장은 전면적 할인제도를 축소하고 대신 선별적 복지혜택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산업부의 정책은 전체 소비자를 대상으로 혜택을 주는 쪽을 향하고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꺼낸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협의한 적 없고 정부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모든 제도를 일괄폐지하는 논의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