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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올해를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을 되찾은 데 이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5년여 만에 그룹을 다시 세우려 한다. 박 회장은 6월 금호고속을 진통 끝에 되찾았다. 이제 가장 중요한 금호산업이 남아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금호산업의 주식가치를 주당 3만1천 원으로 산정했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50%+1주의 가격은 5300억 원 정도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해 금호산업의 최종 매각가격을 결정하려 한다.
문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얼마가 붙느냐다.
박 회장은 최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낮추려 하지만 채권단은 최대 100%까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산업 몸값에 영향을 미칠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의 상표권 판결이 17일 열린다.
판결에 따라 최악의 경우 박 회장이 지난해부터 차곡차곡 만들어 놓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판이 흔들릴 수 있다.
◆ 가격 놓고 입장차, 경영권 프리미엄이 관건
16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의 지분가치를 4500억 원 정도로 보고 있다. 여기에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최종가격으로 약 6천억 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100% 붙인 주당 6만 원 정도에 매각하는 것을 최대목표로 삼고 있다. 이 경우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50%+1주의 가격은 1조 원 대까지 오른다.
박 회장과 채권단이 원하는 가격의 차이가 최대 4천억 원에 이르면서 양측이 가격을 두고 치열한 협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호 상표권 판결은 금호산업의 올해 수익뿐 아니라 앞으로의 수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판결에 따라 금호산업의 가치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 상표권 판결에서 금호산업 승리하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재판장 이태수 부장판사)는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 등을 상대로 낸 ‘상표권 이전등록 청구소송’에 대한 선고기일을 7월17일 오후 2시로 잡았다.
이번 결과에 따라 ‘금호’ 상표권을 두고 벌이는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형제 갈등이 일단락된다.
금호산업은 2013년 9월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상표권 소송을 제기했다. 공동상표권자로 등록돼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상표권 지분을 실제 권리자인 금호산업으로 이전하라는 것이다.
금호산업은 당시 금호석유화학의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 금호개발상사에 대해서도 2009년 말부터 미납 중인 상표권 사용료 총 260억 원을 지급할 것도 요구했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2009년 시작되면서 상표권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됐다. 금호석유화학은 2010년부터 금호산업에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금호산업이 소송에서 이길 경우 금호석유화학은 그동안 밀린 상표권 사용료를 모두 지급해야 한다. 2년에 걸친 상표권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금호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해소된다.
이 경우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몸값을 높이는 게 수월해지면서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올라선다.
박 회장으로서 금호산업 가치가 올라가면서 인수대금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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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5월 페브리스 브레지에(Fabrice Bregiere) 에어버스 CEO와 함께 A380 1호기의 비즈니스 스마티움 좌석에 앉아 시연해보고 있다.<뉴시스> |
◆ 금호산업이 패배하면
금호산업이 소송에서 지면 금호산업이 입을 손실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산업이 소송에서 패소하면 상계처리했던 금호석유화학의 기업어음을 상환해야 한다.
금호산업은 금호석유화학으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지 못하자 2012년 말 금호석유화학에 줘야 할 채무 58억 원을 밀린 상표권 사용료 등으로 상계처리했다.
또 금호석유화학과 계열사들이 내지 않았던 상표권 사용료도 받지 못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금호산업이 앞으로 받게 될 상표권 수익이 반토막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송결과에 따라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이 상표권으로 얻는 수익을 나눠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은 금호산업에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금호 상표권을 1년 동안 사용하는 대가로 117억 원을 금호산업에 지급하기로 했다.
금호산업이 지난해 달성한 영업이익이 398억 원인데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영업이익의 4분의 1이 넘는 100억 원 이상을 상표권 사용료로 받게 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2012년부터 금호산업에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와 앞으로 1년 동안 추가로 지급할 상표권 사용료 117억 원을 합산하면 458억 원에 이른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졸업요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던 데에도 금호산업이 가진 상표권 수익이 영향을 미쳤다. 금호산업은 상표권 사용료를 명분으로 기업어음을 상계처리하면서 부채비율을 낮췄다.
◆ 채권단, 금호산업 매각 미룰 가능성
금호산업 가치가 떨어지면 박 회장은 낮은 가격에 금호산업을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금호산업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질 경우 채권단이 아예 매각을 미룰 수도 있다.
채권단이 시장의 기대보다 낮은 가격에 금호산업을 넘길 경우 헐값매각 논란이 크게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이미 헐값매각과 특혜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채권단이 원금을 회수하려면 최소 1조 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 박 회장이 1조 원보다 낮은 가격에 금호산업을 되찾으면 그 손실은 그대로 채권단의 몫이다.
산업은행은 특히 국민의 세금을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되살린 뒤 고스란히 그룹을 위기로 내몬 오너에게 다시 돌려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 주가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금호산업이 상표권 분쟁에서 지면 박 회장이 가격협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이 굳이 박 회장에게 올해 금호산업을 넘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금호산업 본입찰에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제시한 6천억 원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유찰시킨 점도 걸림돌로 남는다.
박 회장이 6천억 원보다 조금 높은 가격에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을 넘겨주기 위한 명분을 만들어 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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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 박삼구, 그룹 재건 판 흔들리나
채권단이 매각을 아예 미뤄버리면 박 회장이 지난해부터 차곡차곡 만들어 온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판이 흔들릴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아예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박 회장은 지난해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졸업요건을 충족시키고 아시아나항공도 자율협약에서 졸업시키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되찾기 위한 판을 마련해 놨다.
박 회장은 이 과정에서 금호리조트 지분 매입, 금호고속의 금호리조트 유상증자 불참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되찾는 데 유리한 조건을 만들었다.
금호산업의 자회사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95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2013년에 이어 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연결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당기순이익은 633억 원으로 별도기준과 1590억 원에 이르는 차이가 난다. 아시아나항공의 ‘관계기업 투자처분 이익’이 1328억 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자회사 금호터미널과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애바카스, 아시아나에어포트를 통해 금호리조트 주식 50%를 CJ대한통운으로부터 695억 원에 인수했다.
그 뒤 유상증자 등을 거쳐 지분을 51.2%로 늘리면서 금호리조트를 종속기업에 포함시켰다.
당시 금호리조트의 나머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던 금호고속이 금호리조트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분율이 늘어났다.
금호고속이 금호리조트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당시 김성산 금호고속 사장과 금호고속의 대주주였던 IBK투자증권-케이스톤스파트너스(IBK펀드)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금호고속의 금호리조트 지분이 50%에서 48.8%로 떨어져 자회사를 잃게 됐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 뒤 지분가치와 금호리조트가 보유한 부동산, 골프장 등의 자산을 재평가하는 방식으로 당기순이익을 크게 늘렸다.
자산재평가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기업들이 흔히 하는 행위이다. 법에서 어긋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은 수치상 개선일 뿐 기본적으로 수익성 개선 등 기업 내용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실제 안정적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금호산업 역시 200억 원의 연결이익이 반영돼 워크아웃 졸업요건을 충족시켰다.
박 회장이 무리해서 그룹 재건의 판을 다져놓은 상황에서 채권단이 매각을 미룰 경우 박 회장의 구상은 완전히 흔들릴 수 있다.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의 상표권 분쟁이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미뤄진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으로서 금호산업을 완전히 되찾은 뒤 상표권 판결이 나오는 게 최선이었을 것"이라며 "금호산업이 이기든 지든 박 회장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