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리더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지혜를 다하도록 돕는다.’ 한비자가 한 말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임직원의 지혜를 구하기 위해 대한항공의 소통구조에 변화를 주면서 대한항공을 유연한 조직으로 바꿔가고 있다.
15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회장은 IT기술을 활용해 소통을 강화하는 업무환경을 조성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조 회장은 최근 대한항공의 회사 시스템을 마이크로소프트(MS)체제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구글 G스위트로 변경하면서 모든 팀원이 동시에 같은 작업을 공유할 수 있도록 업무구조를 변경했다.
조 회장은 기존의 수직적 업무방식에 한계점을 파악하고 소통을 강화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그동안 사내 업무처리 과정에서 팀원 한 명이 작성한 문서를 개인 PC에 저장하고 다른 팀원이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수정하는 방식을 취해 직원들이 효과적으로 소통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조 회장이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업무체계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개인 중심적 업무방식에서 벗어나 소통과 조직력이 강화되는 구조로 변모하게 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팀의 결속력을 강조하는 조 회장의 뜻에 따라 업무방식에 변화를 주었다”며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그동안 꾸준히 IT기술에서 경영혁신의 길을 찾았다.
조 회장은 IT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2004년 대한항공에 들어오면서 다른 회사에 비해 뒤쳐져 있는 그룹웨어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조양호 전 회장에게 건의했다.
대한항공 업무에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도입을 주도해 세계 항공업계 최초로 정비, 기내식, 수입관리 등 모든 부문에서 통합 전산시스템을 갖췄다.
그가 이처럼 IT기술을 강조하는 것은 무엇보다 신속한 정보교환을 통해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소통을 강조하는 것은 직원의 지혜를 통해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그의 경영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분위기가 밑바탕이 돼야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지니고 창의적 업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9년 시무식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때 흔히 ‘손을 빌린다’는 말을 하는 데 회사는 지난 50년간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준 임직원들의 소중한 손을 빌렸다”며 “그 손이 하나하나 모여 대한항공의 50주년이 빼곡히 채워졌다”고 말했다.
이런 가치관은 조 회장이 주도한 대한항공의 중장기 경영방침에도 담겨있다.
조 회장은 2023년까지 대한항공의 비전과 경영방안을 담은 ‘비전 2023’에서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에 힘쓰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오고 있다.
조 회장은 최근 대한항공의 복장 자율화와 단기 희망휴직제도를 시행해 창의적 조직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제도들은 그동안 직원들 사이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실시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젊은 조 회장이 소통에 노력한 결과물로 파악된다.
조 회장은 2017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취임 때 “대한항공의 대표사원이라는 자세로 솔선수범하겠다”며 “직원들과 소통을 통해 복지환경에 필요한 점은 없는지 항상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내 온라인 게시판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사전에 알리지 않고 현장 직원들을 찾아 격려하는 것을 즐기는 등 직원들과 스킨십도 중시한다. 권위적 조직문화는 창의성과 업무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생각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은 직원의 행복지수가 업무성과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해 왔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도 젊어진 회사문화에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