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의결권 자문회사 ISS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면서 ISS의 영향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ISS는 외국인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발휘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 ISS, 글로벌 의결권 자문시장 1위
ISS는 글로벌 종합금융회사 모건스탠리의 계열사인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바라’의 자회사다. 1985년 설립된 이래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영국, 프랑스, 벨기에, 호주, 일본,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 영업망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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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리 리테르니 ISS 최고경영자(CEO). |
ISS는 공공연금펀드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인수합병 등 주주총회에 올라오는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회사 직원은 약 500명이다.
ISS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위 회사인 글라스루이스보다 시장점유율이 약 20%포인트 정도 높다.
ISS는 1700개 이상의 기관투자자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국민연금도 ISS의 자문을 받는 고객이다.
ISS는 기관투자자들에게 세계 115개 국가에 있는 약 3만3천 상장기업의 주총에 올라오는 안건을 분석해 권고안과 참고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ISS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 상장기업 1천여 개에 대해서도 주총안건을 분석해 찬성 혹은 반대 권고를 했다.
◆ ISS, 국내 외국인 투자자들에도 막강 영향력
ISS는 주총에 올라온 안건에 대해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ISS가 내놓은 권고안 가운데 74.3%가 실제 의결권 행사에 반영됐다.
ISS는 국내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서도 강한 영향력을 끼친다.
ISS는 2013년 1월 동아제약이 ‘박카스 자회사 분할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을 때 영향력을 입증했다.
동아제약은 이 주주총회에 신주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결국 부결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개정안에 대거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ISS는 당시 동아제약측 정관 개정안에 반대 권고안을 내놓았다. ISS는 신주로 발행된 주식물량 때문에 비상장사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내 상장회사 경영진이 ISS의 영향력을 이용하려고 시도한 사례도 있다.
ISS는 2013년 3월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으로부터 내부정보를 전달받은 사건과 연관돼 국내 금융권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ING생명 인수무산 등을 놓고 사외이사들과 부딪치고 있었다. 어 회장의 측근인사인 박 전 부사장은 이때 ISS를 찾아가 일부 사외이사들에 대해 왜곡된 내부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 회장은 KB금융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ISS와 접촉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주총에서 사외이사 3명에 대한 선임반대 안건을 의결하려 했다는 것이다.
ISS는 그 뒤 2013년 3월 KB금융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 3명에 대한 선임을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놓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20%대에 이른다”며 “ISS와 같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의 영향력도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