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가상화폐거래소 바이낸스가 자체 가상화폐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데다 비트코인 선물거래 플랫폼 ‘백트(Bakkt)’의 공식 출시가 확정돼 비트코인 시세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 창펑 자오 바이낸스 대표.
20일 오후 1시30분 기준으로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1BTC(비트코인 단위)당 1304만 2천 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전 1327만 원까지 시세가 올랐다가 다소 떨어졌다.
비트코인 시세는 15일 오후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10월로 연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1140만 원대까지 떨어졌지만 18일 오후 6시부터 100만 원 가까이 오르며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비트코인의 갑작스런 시세 상승은 바이낸스의 가상화폐 발행과 백트 출시일정이 확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이낸스는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실물자산이나 법정통화와 연계된 스테이블코인 방식의 가상화폐 ‘비너스’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스테이블코인 ‘리브라’처럼 법정화폐 기능을 할 수 있는 가상화폐를 발행해 가상화폐 거래에서 금융업으로 사업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바이낸스는 페이스북과 달리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페이스북은 미국 달러화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미국 정부와 국회의 반대로 리브라 발행을 보류했다.
바이낸스는 캐나다 국적의 창펑 자오 대표가 이끌고 있지만 본사를 몰타에 두고 있다.
지중해 섬나라 몰타는 과거 ‘조세피난처’로 유명했지만 최근에는 정부가 ‘블록체인 섬’을 만들겠다고 밝힐 만큼 가상화폐 관련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라 바이낸스의 비너스 발행을 가로막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비너스가 발행되면 정부의 금융 통제력이 약한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 일부 국가에서는 비너스가 법정통화를 대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자대상에 머물렀던 가상화폐가 결제수단으로 바뀌는 것으로 가상화폐의 대장주격인 비트코인의 시세 상승은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세계 최대의 거래소회사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주도하는 비트코인 선물거래 플랫폼인 백트의 출시 일정이 확정된 점도 비트코인 시세에 호재다.
켈리 로플러 백트 최고경영자는 17일 백트 공식 블로그를 통해 “1년 전 우리가 발표했던 원대한 비전이 실현될 것”이라며 “백트가 9월23일 비트코인 선물거래와 커스터디(수탁관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백트는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달리 금이나 원유 등 상품 선물에서 사용되는 ‘실물 인수도’ 방식으로 비트코인 선물거래 정산을 진행한다.
실물 인수도는 선물의 만기가 도래하면 최종 결제가격에 해당하는 인수금액과 현물을 직접 교환하는 방식이다.
비트코인이 실제로 있어야만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백트 출시는 비트코인 거래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시세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백트가 출범되면 기관투자자가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로플러 최고경영자는 “안전한 플랫폼을 만들어 기관투자자 등이 새롭게 떠오르는 이 시장(가상화폐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시세는 두 호재에 힘입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의 재승인 심사가 이뤄지는 10월까지는 상승세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미국 정부의 태도를 살피면 10월에도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 승인이 날 가능성은 낮다”며 “이후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비트코인 반감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