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반도체 핵심 원재료인 웨이퍼(원판)의 가파른 가격 상승과 일본의 수출규제 도입으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SK그룹의 웨이퍼 제조계열사인 SK실트론의 생산투자 확대효과가 본격화되며 SK하이닉스가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16일 SK실트론 반기보고서에 나타난 시장 조사기관 SEMI 분석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웨이퍼 평균가격은 2017년 1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모두 43%에 이르는 상승폭을 보였다.
웨이퍼는 표면에 회로를 그린 뒤 작은 크기로 잘라내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이는 원판으로 반도체 생산에 기본이 되는 핵심재료로 꼽힌다.
최근 반도체기업의 공격적 생산증설과 비교해 웨이퍼 생산량은 미치지 못하는 공급부족 상황이 지속되며 웨이퍼 평균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은 올해도 웨이퍼 평균가격이 분기마다 3~5%에 이르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원가에서 웨이퍼가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원재료 가격에서 웨이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상반기 11%, 2018년 상반기 14%에서 올해 상반기 19%까지 높아졌다. 금액은 같은 기간 2559억 원에서 6657억 원으로 늘었다.
웨이퍼 가격 상승으로 SK하이닉스의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웨이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지만 최근 수급이 개선돼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주요 매입처와 협력해 안정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 우대국가 목록(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며 반도체 웨이퍼를 새로 규제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SK하이닉스에 불안요소로 꼽힌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수입되는 웨이퍼의 40%는 일본에서 생산되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웨이퍼 수출을 중단한다면 SK하이닉스가 물량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독일과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는 웨이퍼 가격도 더 비싸게 협상해야만 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계열사인 SK실트론의 생산 증설효과로 SK하이닉스의 웨이퍼 확보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SK실트론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웨이퍼 생산능력은 4204억 원 규모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5865억 원 규모로 급증했다.
SK그룹이 2017년 9월 LG그룹에서 SK실트론을 인수한 뒤 적극적으로 시설 투자를 지원한 성과가 점차 생산능력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SK실트론이 지난해 생산능력을 20% 이상 증설하기 위한 시설투자를 벌인 것으로 추정했다.
▲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SK실리콘의 웨이퍼. |
SK실트론은 고객사와 웨이퍼 장기 공급계약을 맺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가장 안정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SK하이닉스에 물량 공급을 적극 확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SK실트론이 SK하이닉스와 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올해 상반기 218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47% 늘었다.
SK실트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3.9%에서 28.4%로 늘어나며 SK하이닉스에 공급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SK그룹이 반도체 등 핵심사업에서 계열사들 사이 시너지를 내는 ‘밸류체인’ 구축을 장려하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가 SK실트론과 웨이퍼 물량과 가격 협상에 유리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의 핵심소재 국산화가 업계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유일한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의 생산투자는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실트론은 최근 반도체업황 악화에 따른 웨이퍼 수요 약세에도 고객사와 본격적으로 장기 계약을 맺으며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