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기자 hyunjulee@businesspost.co.kr2019-08-01 16: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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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한 주주행동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가 KB자산운용의 주주서한에 미흡한 답변을 내놓고 있어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
1일 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가 보낸 KB자산운용 주주서한에 관한 답변서를 놓고 주요주주들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사실상 KB자산운용의 요구사항을 모두 거절한 데다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구체적 답변마저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6월 라이크기획 합병, 적자 자회사 매각, 배당성향 30%로 상향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SM엔터테인먼트에게 보낸 바 있다. 라이크기획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개인회사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B자산운용은 SM엔터테인먼트에게 매출 성장보다 이익 성장에 중점을 두고 ‘1위 기획사’에 맞는 기업가치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요구했는데 SM엔터테인먼트는 구체적 답변을 아예 내놓지 않았다”고 파악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적자 자회사 매각과 관련한 답변을 놓고 “SMF&B가 3년째 해마다 5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내는 이유, 개선방안 등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고 요구한 적도 없는 코엑스아티움의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대답한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한 주주행동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1일 기준으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5.13%를 보유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놓고 관심이 몰리기 전부터 SM엔터테인먼트의 주요주주로서 오랜 시간 투자해왔다.
그만큼 KB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에게 주주서한을 보냈을 때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KB자산운용의 요구사항들이 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SM엔터테인먼트의 답변을 기다린 것으로 전해진다.
가치투자를 추구하는 '온건한 기관투자자'로 알려져 있는 만큼 별도로 주주행동을 펼치기보다는 SM엔터테인먼트에게 긍정적 답변을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준 셈이다.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는 SM엔터테인먼트의 답변을 앞두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주주서한 답변이 미흡하다고 생각되면 KB자산운용과 별도로 주주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SM엔터테인먼트에게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주주총회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적극적 주주행동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계열회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함께 주주활동을 펼칠 수도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모두 한국투자증권의 100% 자회사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일 기준 5%를 보유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에 주주서한을 보낸 뒤 기존 4%대에 머무르던 SM엔터테인먼트 보유 지분을 5%대로 늘렸다.
자산운용사들이 주주행동을 벌이기에 앞서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투자신탁운용도 SM엔터테인먼트에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늘린 건 단순투자 목적"이라며 "지금으로선 주주행동을 펼칠 계획을 세워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다른 기관투자자와 힘을 합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1일 기준 주요 기관투자자의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율 합계는 32.74%다. 이수만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19.49%)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힘을 합쳐 의결권을 행사하면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 전반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7월31일 KB자산운용이 발송한 주주서한에 답변서를 보냈다.
라이크기획 합병을 놓고 KB자산운용이 인세 지급 관련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며 이 부분이 주주 이익과 상충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SM엔터테인먼트는 적자 자회사 매각과 관련해서는 “2015년 문을 연 ‘코엑스아티움’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1년 전부터 그룹 차원에서 라이프 스타일사업을 구조적으로 개편하고 조정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찾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당성향을 30%까지 높이라는 요구에 SM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성장과 투자에 더 역점을 뒀기 때문에 배당정책을 시행하지 않았고 그 필요성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미래 성장을 위한 재투자와 회사 이익의 주주 환원을 조화할 수 있는 방안, 예컨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