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은행을 제외하고 금융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사업성이나 혁신성을 감안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발을 들일 수도 있다.
▲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사장.
26일 인터넷전문은행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금융전문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대출업을 하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시선도 자리잡고 있다.
네이버가 은행없이 대출업을 한다면 제2금융권 회사를 인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의 규모를 감안하면 P2P(개인사이 금융)금융이나 대부업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2금융권 대출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는 것보다 사업성이나 혁신성에서 뛰어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네이버가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제2금융권 회사로는 중소형 증권사와 보험사가 꼽히는데 이들이 할 수 있는 대출영업은 주식담보대출이나 약관대출 정도다.
모두 사업범위가 제한적이고 혁신성과도 거리가 먼 대출상품들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쟁사인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를 통해 제1금융권 대출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제2금융권 대출상품을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수익성 못지 않게 기업의 이미지 등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그동안 높은 규제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꺼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게 되면서 네이버도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면 최대주주에 오르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네이버로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통해 더 넓은 선택을 할 수 있음에도 굳이 제2금융권 회사를 인수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네이버가 마음만 먹는다면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은 대형금융회사들도 네이버가 참여한다면 언제든지 계획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파괴적이고 혁신적 ICT 회사와 함께한다면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네이버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은 10월에 진행된다. 네이버가 이 시점까지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시간이 부족한다면 케이뱅크에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KT를 대신해 유상증자를 이끌어 줄 새 IT 대주주를 찾고 있다.
국내 최대 IT회사인 네이버가 케이뱅크의 새 대주주가 되겠다고 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네이버가 그동안 해외에서 풍부한 금융경험을 쌓아온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전문은행사업에서 성공 가능성은 높다는 시각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가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풍부한 금융사업 경험을 쌓았다는 점을 살피면 인터넷전문은행사업도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적극적이라 관련 규제를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네이버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