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고 나선 데 대해 외신들은 한국의 재벌구조와 맞서는 행동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과거 행적을 볼 때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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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CEO |
5일 주요 외신들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이의를 제기한 사실을 보도하며 한국의 재벌구조를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제국건설을 위한 권력강화에 맞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제일모직 주가가 과대평가돼 지분율이 높은 오너 일가에게만 득이 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한국의 거대기업 오너 가족들이 권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가족 중심의 지배구조와 경영권 남용에 외부인이 개입하기 어려운 것은 아시아 대기업의 일반적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즈도 이번 사태가 한국 재벌구조가 지닌 문제점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 오너 일가만 혜택을 볼 것이라 주장한다”며 “오너 일가의 일방적 결정으로 투자자들과 마찰을 빚는 한국 재벌문제의 핵심을 꼬집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재벌기업들이 더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그룹의 자연스러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전략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그룹에 맞선 이유에 대해 삼성물산의 주가를 높여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번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삼성물산의 주가를 높여 보유지분 가치를 1400억 원 정도 끌어올리는 효과를 봤다고 보도했다.
상하이데일리는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주가 저평가에 이의를 제기하고 지분가치를 높인 뒤 팔아 큰 이익을 보는 전략으로 이름이 나있다”고 소개했다.
옥타파이낸스는 “아시아의 대기업들은 외국인 투자자가 개입하기 어려운 지배구조를 구축해 놓고 있다”면서도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폴 싱어 CEO는 투자를 통해 이익을 내는 것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서 사태추이를 주목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