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면서 구광모 LG 상무에게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구 상무는 아직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지만 LG그룹 지주사인 LG의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며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 구광모, LG 지분 확대
5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 상무는 LG그룹 지주사인 LG의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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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광모 LG 상무 |
구 상무는 지난달 27일 LG 주식 7만 주를 장내거래를 통해 사들였다. 구 상무는 이를 통해 LG지분율을 5.88%에서 5.92%로 높였다.
구 상무는 이번에 LG그룹 친인척들이 매도한 지분을 아버지 구본무 회장과 함께 매수했다.
구본무 회장의 고종사촌인 이욱진씨와 구 회장의 여동생인 구훤미씨, 구훤미씨의 딸인 김서영씨가 각각 12만 주, 3만 주, 1만3천 주를 매도한 것을 사들인 것이다.
구 상무는 지난 4월에도 LG 지분 9만 주를 55억 원에 장내에서 매수했다.
구 상무는 2012년 국내로 돌아온 뒤 LG 지분을 계속 확대해 왔다.
구 상무는 최근 3년 동안 LG그룹 친인척들이 매도한 지분의 55% 이상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 상무는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LG 지분 1.10%를 증여해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에 이어 LG의 3대 주주에 올랐다.
재계 관계자들은 구 상무의 LG 지분 확대가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고 풀이한다.
LG그룹은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일찌감치 끝내 안정적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삼성그룹처럼 급격한 그룹 구조개편 등의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낮다.
이에 따라 지주사인 LG의 지분확보가 경영권 승계의 유일무이한 길이다.
구 상무는 지난 1년 사이에 LG상사 지분도 늘렸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구 상무는 지난해 2월 말부터 최근까지 1년여 동안 12만1천 주의 LG상사 주식을 사들여 지분이 1.8%에서 2.11%로 늘었다.
◆ 승계까지 과제 많아
그러나 구 상무의 LG그룹 경영권 승계 시기를 논하기에 아직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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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 |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건재한 데다 구 상무가 3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아직까지 경력을 많이 쌓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 상무는 2006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한 뒤 지난해 4월 LG의 시너지팀 부장으로 옮겼다. 그뒤 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상무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구 상무가 앞으로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을 요구받은 것처럼 구 상무도 LG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면 ‘장자승계 원칙’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구 상무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풀어야할 숙제로 꼽힌다.
구 상무가 향후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완전히 확보하려면 구본무 회장, 구본능 회장, 구본무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씨가 보유한 LG 지분을 상속받아야 한다.
LG 지분은 구본무 회장이 11.06%, 구본능 회장이 3.62%, 김영식씨가 4.30%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을 물려받기 위한 상속세는 1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재계 관계자들은 구 상무가 지난 1월 지분을 사들인 범한판토스에 주목하고 있다. LG상사와 시너지를 내 몸집을 키운 뒤 상장을 통해 자금줄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구 상무는 지난 1월 LG상사가 범한판토스 지분 51%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할 때 개인자금을 투입해 상당한 지분을 인수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그러나 “범한판토스를 인수한 것은 LG상사의 물류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조처로 수년 안에 이 회사를 상장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해석에 선을 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