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밀양·청도 송전탑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은데다 주민들의 피해를 예상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도 송전탑 반대운동 대응 과정에서 경찰력을 과잉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13일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사건’ 조사 및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2018년 10월부터 2019년 5월까지 8개월 동안 이 사건을 조사했다.
위원회는 한국전력이 송전탑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에게 사업 추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주민들의 의견수렴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력은 2003년 송전선 경과지로 밀양을 확정했지만 주민들은 2005년에야 그 사실을 알게됐다.
청도에서도 주민들 다수는 2011년까지 환경영향평가 및 주민공청회가 있는지 몰랐다. 청도 삼평리 이장이 2006년 주민공청회에 주민 50명이 참가한 것처럼 의견서를 위조해 군청에 접수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밀양 송전선로는 주민 집 지붕 바로 위를 지나거나 송전탑이 마을 인근이나 논밭 한가운데에 있는 사례도 있었다. 청도 삼평리도 송전선로가 주택 인근을 지나가고 송전탑 3기가 마을을 둘러싸는 상황이었다.
주민들은 전자파 피해를 우려했고 송전선로 소음, 공사과정의 헬기 소음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송전탑 부지와 인근 토지 및 주택의 경제적 가치 하락 등 재산 피해가 심각했는데도 적절한 보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위원회는 한국전력이 송전탑 건설사업을 수행하면서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경과지 주민들의 건강권과 재산권에 부정적 영향을 유발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주민들의 인권과 관련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송전탑 반대운동에 경찰의 대응 역시 과도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정보경찰이 주민들을 회유하는 등 공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한 점도 인정했다.
밀양과 청도 주민들이 정신적, 재산적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한국전력에게 송전탑 건설에 따른 주민들의 피해에 적정한 보상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 소음과 전자파 등 건강권 침해 여부가 발생하는지 정기적 실태조사 등으로 주민들의 건강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