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대해 외신들이 비판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시너지가 크지 않은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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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물산의 가치가 저평가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지만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사회는 재벌가문의 행동에 민감해지는 추세”라며 “삼성그룹이 합병의 시너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해외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고 말했다.
마크 뉴먼 번스타인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시너지를 내려 한다는 공식 입장은 말이 안 되며 이번 합병은 분명히 권력승계와 관련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할지 불투명하다”며 “오너 일가는 주가상승으로 더 큰 이익을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합병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주식이 저평가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합병은 오너 일가의 지분이 1.4%밖에 안 되는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오너 일가 등이 지분의 4분의 3 가량을 보유한 제일모직의 가치가 과대평가된 것으로 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물산의 합병발표 전 시가총액 8조6천억 원은 이 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 정도 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합병비율을 1대 0.35로 설정했다. 이는 두 회사의 주식가치를 토대로 산출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상장계열사 주식가치만 12조 원이 넘으며 여기에 부동산 등을 더하면 삼성물산의 자산가치가 총 29조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션 카크런 CLSA 한국책임자는 “이번 합병이 꼭 성사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끼어들 경우 삼성물산의 표결은 막상막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 26일 합병을 결의했다. 이 부회장은 합병이 성사되면 삼성물산이 지닌 삼성전자 주식 4.1%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지니고 있어 합병법인에서도 지분 16.5%를 보유한 대주주가 된다.
이번 합병 결의안에 주식매수청구액이 1조5천억 원을 넘어서면 합병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물론 삼성물산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으로 보통주 기준 주당 5만7234원을 제시해 현재 6만 원이 넘는 삼성물산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이런 보도와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건설사업에서 효율을 높이고 제일모직의 글로벌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특히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바이오제약사업을 2020년까지 매출 1조8천억원 규모로 키울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