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사실상 정부가 추진하는 매각인 만큼 기업 처지에서는 특혜의혹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와 채권단 입장에선 최대한 빨리 아시아나항공을 팔아야 하는 만큼 가진 패를 다 내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차갑게 식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수후보로 거명되는 기업들은 말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 공식석상에서 인수설을 부인하고 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 검토할 생각도 전혀 없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관련한 아시아나항공 얘기는 그냥 잊어달라”고 선을 그었다.
인수후보로 꼽히는 한 기업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는 “우리는 전혀 인수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수후보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놓고는 “산업은행이 너무 앞장서 나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그래도 부담스러운 매물인데 초반부터 산업은행이 나서면서 사겠다고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아무래도 특혜의혹이 불거질 수 있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끼면 특혜논란은 피해갈 수 없다. 최근 이뤄진 국토교통부의 몽골과 중국 운수권 배분을 놓고도 이미 특혜의혹이 불거졌다. 정부가 사업자를 선정하는 면세점 역시 선정 때마다 진흙탕 싸움이 반복된다.
산업은행이 2월 말 매각을 결정한 대우조선해양을 놓고도 여전히 시끄럽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지역사회단체는 산업은행이 일반경쟁이 아닌 비밀협상을 통해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매각하는 건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매각은 사실상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매각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을 피하기 어렵다.
인수자는 인수 이후에도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인수한 뒤 마음대로 구조조정도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인 만큼 지역 민심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 내년 4월에 총선도 열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주주 몰아내기’에 매몰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채권단이 매각을 종용한 만큼 ‘반드시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 산업은행이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보였다는 점 등에서 마음이 급한 건 채권단뿐이라는 얘기다.
사실 인수후보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다. 이번 매각은 어떤 형태든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동걸 회장이 처음부터 ‘매각’이라는 결론을 내놓고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밀어붙였기 때문에 매각이 무산되면 이 회장은 큰 타격을 받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기존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1조6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점에서도 매각을 성사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앞으로 인수후보가 나오지 않을수록 가격은 내려가고 인수조건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분리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이번에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서울, 에어부산을 한꺼번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세 회사를 모두 인수해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매각가격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 회사를 한 번에 살 수 있는 곳이 나오지 않으면 분리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분리매각이 추진되면 당장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 인수에 애경그룹, 한진그룹, 신세계그룹 등이 뛰어들 수 있다.
산업은행은 매각을 최대한 빨리 진행한다는 방침도 세워뒀다. 매각작업이 길어질수록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그 전에는 매각을 마무리해야 후폭풍을 피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인수후보의 부담을 더 줄이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기존 채무를 더 탕감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연내 매각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특정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다.
최대현 부행장은 “일정을 정해놓으면 매각 과정에서 우리가 다급해지거나 매수자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불리한 협상이 될 수 있는 것을 고려했다”며 “다만 산업은행은 올해 안에는 마무리해야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