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중국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세실업 영원무역 같은 의류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기업이 미국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13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세실업과 영원무역 등 중국 외 지역에 생산기지를 둔 의류 OEM기업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따라 미국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거둘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업의 제품은 미국 정부의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세실업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과테말라, 미얀마, 아이티에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중남미지역인 니카라과, 과테말라, 아이티 등은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중미 자유무역협정(CAFTA)으로 관세혜택을 적용받아 미국 수출에 유리하다. 특히 아이티에서 생산한 제품은 미국에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미국 정부의 25%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과 이윤폭이 대폭 줄어드는 중국 의류 OEM업체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의류시장 회복 추세도 한세실업에 긍정적이다.
한세실업은 미국 나이키, 갭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어 미국 의류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수출 중심의 한세실업 매출 가운데 대부분은 미국시장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
허제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의류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돼 의류OEM 주문도 회복되고 있다”며 “한세실업을 향한 주문 증가세가 뚜렷하다”고 파악했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과 함께 이란과 북한 등과 관련한 지정학적 위험성 부각 등으로 달러가치가 오르는 점도 한세실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의류 OEM은 달러 강세일 때 원화환산 매출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영원무역의 의류 OEM사업도 혜택을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다수 경쟁자의 참여로 지속적으로 시장 지배력에 도전을 받고 있어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생산을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원만한 타결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었다가 협상에 파열음이 생겼다. 미국이 10일 중국산 상품에 관세 25%를 부과하며 갈등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결과가 극적으로 개선될 수도 있지만 중국 의류 OEM업체들이 그동안 지속된 무역 갈등에서 비롯된 어려움을 딛고 미국시장에서 다시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저가 수주를 내세운 중국 의류 OEM업체들이 도산하며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며 "한세실업 등 우량 의류 OEM기업의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