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맥주와 소주는 과세표준의 72%를 주류세로 매겨 더한 뒤 교육세와 부가세도 합쳐 출고가를 확정한다.
주류세가 용량과 알코올 도수 기준인 종량세 방식으로 개편되면 맥주사업에 집중하는 오비맥주와 수제맥주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제맥주협회가 8일 성명에서 “협회사 40여 곳을 대표해 맥주 종량세 전환을 거듭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정부가 주류세 개편 사안을 이대로 떠돌게 두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내 맥주업계는 주류세가 종량세 방식으로 개편되면 수입맥주에 비해 떨어지던 가격 경쟁력을 일정 부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국산 맥주의 제조원가에 이윤과 판매관리비를 더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주류세를 매긴다. 반면 수입 맥주에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 신고가격 기준으로 주류세를 부과하고 있다.
수입업자가 수입 신고가격 자체를 낮추면 주류세가 더욱 줄어든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생산된 맥주라면 한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관세도 매겨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와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 맥주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2012년 8%에서 2019년 30%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주류세가 종량세로 바뀌면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과세기준도 같아진다. 주류세 기준이 맥주 1ℓ당 835원으로 바뀌면 캔맥주 500㎖ 1개당 평균가격이 국산 맥주는 363원 싸지는 반면 수입 맥주는 89원 오른다고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주의 매출 비중이 높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지방의 소주 전문 제조회사 등은 주류세의 종량세 전환에 상대적으로 미적지근한 태도로 알려졌다.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비교적 높은 반면 판매가격은 싼 편이다. 이 때문에 주류세의 과세기준에 알코올 도수가 들어가면 맥주 등과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증류주에 알코올 도수 15도를 기준으로 1ℓ당 500원씩 과세하고 도수가 1도 오를 때마다 100원을 추가한다면 알코올 도수 17도인 소주 1병에 주류세 700원이 붙게 된다.
지금은 소주 ‘참이슬’ 1병당 과세표준 507.7원에 세율 72%를 적용해 주류세 365.5원을 매기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종량세 방식으로 개편 때 소주에 붙는 주류세가 늘어나 맥주에 가격 경쟁력이 밀리게 된다.
정부가 소비자의 반발을 고려해 주류세의 종량세 전환에 따른 소주와 맥주 가격의 인상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려고 하는 점도 주류세 개편안의 확정을 늦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주류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주류세 개편안을 마련하려다 보니 여러 변수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주 제조사는 주류세 증가 때문에 가격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맥주 제조사도 종량세 전환으로 깎인 세금만큼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를 고려해 가격을 미리 올릴 수 있다.
하이트진로가 1일 참이슬의 출고가를 6.45% 높이기도 했다. 오비맥주도 4월에 ‘카스’를 비롯한 주요 맥주의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정부는 업계의 이해상충과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맥주부터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맥주에만 종량세 방식을 적용하면 과세의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주류세 개편 자체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서민 주류’인 소주 가격의 인상 부담 때문에 맥주부터 종량세 전환을 단계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렇게 된다면 다른 주류의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고 세제 합리화라는 주류세 개편의 목적에서도 벗어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