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9-04-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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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즉시연금, 암보험에 이어 치매보험 점검으로 보험사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첫 보험사 종합검사에서 치매보험과 관련된 문제를 비중 있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계에서 첫 종합검사 대상으로 생명보험사는 한화생명, 손해보험사는 메리츠화재를 선정했다.
두 보험사 모두 1분기 치매보험시장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생명은 1월 대형 생명보험사 가운데 처음으로 경증치매까지 보장해주는 상품을 내놓고 2월까지 10만 건 넘게 팔았다.
3월 한 달 동안에는 특별 마케팅을 통해 12만 건을 판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치매보험 신규 계약건수가 70만~80만 건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화생명은 치매보험시장에서 큰 성과를 보인 셈이다.
메리츠화재도 치매보험으로 실적을 크게 늘린 보험사다.
3월에는 6천여 건을 팔아 다소 부진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0만여 건의 치매보험을 팔았다.
메리츠화재는 치매보험의 판매량을 높이는 과정에서 경증치매 진단비 보장을 최고 5천만 원까지 올리는 등 과당경쟁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부회장이 2015년 취임한 뒤부터 치아보험, 펫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격적 사업전략을 펼쳐왔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치매보험시장에서 보험사 사이 경쟁이 심회되면서 불완전판매의 위험도 높아졌다고 바라본다. 특히 경증치매의 판단과 관련해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치매는 경증치매와 중증치매로 나뉜다. 경증치매는 기억력이 감퇴되는 등 수준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이고 중증치매는 일상생활도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경증치매와 중증치매는 보통 임상치매척도(CDR) 점수로 구분한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가 치매 확정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될 때 임상치매척도 외에도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뇌영상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내용을 약관에 넣고 있어 불완전 판매가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증치매는 뇌영상검사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경증치매 판단기준의 모호함을 이용한 도덕적 해이가 문제될 여지도 있다.
금감원은 “일부 보험사가 보험약관에 치매진단에 뇌영상검사 결과를 필수로 정하고 있어 앞으로 보험금 민원, 분쟁의 소지가 있다”며 “치매보험에 가입할 때 경증치매 진단 보험금 지급기준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가입하시길 당부드린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치매보험을 놓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일단 보험사들의 경쟁은 수그러들었다.
한화생명은 1일부터 경증치매 관련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보장범위 등 조건을 일부 바꾼 뒤 20일부터 판매를 다시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메리츠화재도 3월 말 경증치매 가입한도를 3천만 원으로 낮춘 데 이어 4월 들어 보험금 중복수령의 한도인 업계 누적을 2천만 원으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