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거액의 채권을 날릴 처지에 몰렸다.
수출입은행에서 대출을 해줬거나 보증을 제공한 기업들이 대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최근 4년 동안 약 1조3천억 원의 여신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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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
6일 박원석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이 2011년부터 보증을 서거나 대출을 내준 기업 가운데 모두 102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수출입은행은 각 기업들이 법정관리 결정을 받은 시기를 기준으로 1조2993억 원을 빌려줬거나 보증을 선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입은행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102개 기업 가운데 13곳이 빌린 358억 원을 상각처리했다. 상각처리는 기업 파산 등으로 회수할 가능성이 사라진 대출이나 보증잔액을 아예 못 받는 돈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이 돈을 돌려받는 대신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한 기업도 17곳에 이른다. 전체 출자전환 규모는 206억 원이다.
수출입은행은 이에 따라 전체 여신 1조2993억 원 가운데 약 4천억 원만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담보로 설정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 중 약 30%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신용대출 비중이 일반 은행보다 높아 회수율이 10~20% 수준으로 낮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상장폐지된 경남기업에도 보증과 대출을 통해 약 5209억 원을 제공했다. 경남기업 채권단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인 3318억 원을 투입했다. 경남기업 여신 가운데 얼마를 회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경남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적합한 절차에 따라 대출을 했다고 해명했다.
수출입은행은 2011년까지 이행성보증으로 경남기업을 지원했다가 2012년부터 지금까지 1750억 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해줬다. 이행성보증은 해외 프로젝트를 따낸 기업이 공사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수출입은행이 외국 발주처의 손실을 보상하는 약속이다.
이 행장은 “경남기업이 2013년 1분기에 흑자를 내고 해외 건설기업보다 양호한 상황에 들어서면서 상시평가에서 괜찮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그해 워크아웃을 시작할 때 이행성보증을 모두 여신으로 치고 그 비율에 맞게 지원하기로 하면서 여신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원석 의원은 “수출입은행의 경남기업 여신 3318억 원 가운데 1256억 원이 2013년 워크아웃 전에 이뤄졌다”며 “경남기업이 워크아웃 기간 중인 지난해 에티오피아 고속도로 공사입찰에 참여했을 때도 수출입은행의 보증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사기대출로 문제가 됐던 모뉴엘에 투자했던 여신 1135억 원도 모두 상각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모뉴엘의 경우 법정관리 없이 곧바로 파산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박원석 의원실이 내놓은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다.
박원석 의원은 “수출입은행은 국책은행이라는 특성상 상대적으로 투자위험성이 높을 수밖에 없으나 부실대출 사건이 생길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리며 부실여신도 특정 업종에 집중되어 있다”며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여신심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