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강원도에서 산불이 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9일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4일 강원도 산불이 나기 1시간 20분 전에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전신주 개폐기를 눈으로 점검했지만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윤 의원이 한국전력에서 받은 한국전력강원본부 속초지사의 ‘순시 실적 조회’ 자료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3일 오후 6시와 4일 오후 6시에 모두 두 차례에 걸쳐 발화 전신주의 개폐기(척산간 158호)를 포함해 ‘척산간 6∼280호’ 구간을 순시했다.
한국전력은 3일 ‘건조기 산불예방순시’, 4일 ‘영동지방 강풍 특별순시’ 명목으로 육안점검을 했다.
윤 의원은 “육안점검만으로는 이번 강원도 산불 같은 화재를 예방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며 “전신주 개폐기 외관과 설치상태 등을 점검하는 ‘광학카메라 진단’은 2017년 11월 양호하다고 판정한 뒤로 현재까지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2018년부터 전신주 개폐기 안전 진단과 관련해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을 2017년보다 22.6%(4203억 원)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부터 한국전력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고 이에 따라 경비 절감을 위해 배전 유지·보수 예산이 삭감됐다”며 “이번 강원도 산불은 탈원전에 따른 한국전력의 수익성 악화, 예산 삭감, 부실점검으로 빚은 참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은 “2018년 영업적자는 탈원전 영향이 아닌 국제 연료가격 급등에 따른 연료비 증가 때문”이라며 “2019년 2조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돼 변압기 등 배전 보수·정비 비용을 줄여 관리부실이 발생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국전력은 적자와 상관없이 안전과 직접 관련된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은 배전설비의 성능 저하에 따른 설비교체 보강예산(투자예산)과 배전설비의 이상 유무 점검·수선예산(손익예산)으로 나뉜다.
한국전력은 설비교체 보강예산과 관련해서는 2015~2017년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투자효과가 15년에서 20년 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2018년 뒤로는 투자 대상 설비가 줄어들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배전설비 점검·수선예산(손익예산)은 해마다 증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5~2017년 배전 설비교체보강 및 점검·수선 평균투자비는 1조8천억 원가량이고 2018년 투자비는 1조4천억 원으로 둘 다 최근 10년에 해당하는 2008~2017년 평균투자비 1조1천억 원보다 많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