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상수지가 37개월 동안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감소가 계속되고 원화강세도 악영향을 미쳐 ‘불황형 흑자’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5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는 103억9천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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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3월 경상수지 흑자는 2014년 3월 73억2천만 달러보다 41.9% 증가했다. 지난 2월보다 39억5천만 달러 늘었다. 올해 1분기에 누적된 경상흑자는 234억2천만 달러다.
경상수지는 2012년 3월 이후 37개월 동안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1986년 6월부터 38개월 동안 지속됐던 최장 흑자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3월 상품수지는 112억1천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었는데 수입감소폭이 더 컸기 때문에 이루어진 흑자였다.
3월 수출은 495억7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줄었다. 수입은 383억6천만 달러로 16.8%나 감소했다.
국내 내수가 부진한데 원화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출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질수록 달러가 많이 유입되기 때문에 원화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다.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3월 말 기준으로 2014년 말보다 2.8%나 올랐다. 주요 32개국 통화 중 대만 달러(3.9%), 스위스 프랑(3.5%)에 이어 3번째로 상승폭이 컸다.
이 때문에 한국경제가 ‘불황형 흑자’ 상태에 놓였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불황형 흑자는 국가경제가 내수부진에 빠지면서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 경우 수출이 감소하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고용도 둔화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철강, 자동차, 석유제품, 석유화학제품 등 주력 수출품목이 지난 1분기에 대부분 수출이 줄었다.
자동차부품은 2014년 1분기보다 1.2% 수출액이 감소했다. 일반기계는 2.3%, 철강은 4.3%, 자동차는 6.7% 줄었다. 석유 관련 제품들은 유가하락으로 단가가 함께 떨어지면서 2014년 1분기보다 수출액이 21억5천만 달러나 감소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3일 아제르바이잔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출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며 “4월 수출 감소폭이 단가하락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커 수출물량 자체가 늘었는지 따져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원화강세와 엔화약세가 맞물리면서 타격이 더욱 커지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4일 장마감 기준으로 100엔당 900.22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896.21원까지 떨어졌던 것에서 다소 회복됐으나 여전히 9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장기적 원화흐름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원화가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아지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한국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