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간 K-OTC시장의 거래대금 및 시가총액 추이. <자본시장연구원> |
금융투자협회가 만든 비상장 주식거래 시장인 K-OTC시장이 비상장사들의 증시 상장을 위한 징검다리로 떠오르고 있다.
K-OTC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카페24'가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데 이어 시가총액 1조 원대 평가를 받고 있는 '비보존'도 K-OTC시장을 거쳐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OTC시장에서 장외주식 거래가 되고 있는 ‘비보존’은 기술특례 상장절차를 거쳐 상반기까지 코스닥 상장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비보존은 비마약성 진통제인 ‘오피란제린’을 개발하고 있는 의약업체로 2018년 K-OTC시장에서 장외주식이 가장 활발하게 거래된 종목이다.
2018년 K-OTC시장의 전체 거래액 가운데 31.7%인 2140억 원이 비보존의 장외주식 거래였다.
비보존의 예상 시가총액은 1조 원대로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카페24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카페24도 K-OTC시장에서 거래대금 기준으로 1위였는데 지난해 2월 코스닥에 상장한 뒤 올해 2월27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규모는 1조1천억 원 수준이다.
비보존뿐 아니라 K-OTC시장에서 장외 주식이 거래되고 있는 벤처캐피탈(VC)업체인 ‘네오플럭스’도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코스닥 상장시기를 재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카페24와 파워넷, 올해 1월 코스닥에 상장한 웹캐시에 이어 K-OTC시장을 거쳐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K-OTC시장은 금융투자협회가 비상장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해 문을 연 장외 주식거래시장으로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기업의 주식이 거래된다.
비상장 주식거래가 활성화되면 증시에 상장하기 전에 비상장주식 가격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상장을 하려는 기업들이 상장절차를 밟기 전에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쌓기 위해 K-OTC시장에 참여하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비상장회사와 투자자들 모두 관심을 두고 있다.
K-OTC가 비상장회사가 코스피와 코스닥 등에 증권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14년 8월 만들어진 뒤 2017년까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거래대금이 156% 늘어났고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155% 뛰면서 활성화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K-OTC시장의 거래대금은 6755억1천만 원,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7억7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장효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비상장주식 매매거래를 위한 K-OTC시장은 2018년에 거래대금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며 “이런 성장세는 증권거래세 인하 및 양도소득세 면제 대상 확대 등 K-OTC시장의 거래환경 개선에 따른 것”이라고 파악했다.
금융투자협회는 K-OTC시장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K-OTC시장위원회’를 꾸려 비상장주식회사에 자문을 제공하고 관련 규정 개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주요 종목을 지수화한 ‘K-OTC 대표지수’ 등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다만 K-OTC시장의 전체 기업 수는 126곳으로 2014년 처음 문을 열 때(104곳)와 비교해 새로운 회사들의 유입이 활발하지는 않은 만큼 이를 촉진시켜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K-OTC시장의 종목을 다루는 증권사 보고서 등 투자자들이 기업정보를 파악할 통로가 거의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장 연구원은 “K-OTC시장의 진입 및 퇴출 요건을 완화하고 거래기업이 받는 혜택을 확대해 기업의 참여 유인을 높여야 한다”며 “K-OTC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을 늘려 거래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신규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선순환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