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수 한국전력기술 사장은 해외 원전 수주가 절실한데 아랍에미리트가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될까.
문재인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와 손잡고 해외 원전사업 진출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 한전기술의 원전 수주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원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아랍에미리트와 원전 협력을 독려하면서 한전기술의 해외 원전 수주도 힘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 왕세제와 정상회담에서 제3국의 원전사업에 공동진출할 것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월 아랍에미리트 순방 때도 아랍에미리트와 제3국 원전 공동진출 의사를 나타냈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한번 협력의지를 확인했다.
아랍에미리트와 원전부문에서 협력하면 우리나라의 원전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원전 건설 기술력을 갖춘 우리나라에 부족한 자금 조달능력을 아랍에미리트가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6일 아랍에미리트와 자금조달을 놓고 협력하면 해외에서 원전 수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허 연구원은 “해외 원전 수주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주요한 경쟁력은 국가차관 등의 자금 조달능력”이라며 “한국은 원전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공동진출을 통한 자금 조달능력이 확보되면 해외 원전 수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정부의 강한 의지 역시 긍정적 요소로 해석된다. 허 연구원은 원전 수주 때 방산·인프라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등 외교적 노력이 더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문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당장 3월 말에서 4월 초에 결정되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현재 해외에서 다수의 원전 건설이 계획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 영국, 인도 등 여러 곳이다.
이 가운데 체코 원전 2기는 올해 3분기, 폴란드 원전 2기는 2020년 안에 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허민호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 성공 때 체코, 영국, 폴란드 등 추가적 해외 원전 진출 가능성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수주 성과가 절실한 한전기술에 아랍에미리트와 원전 공동진출 협력은 큰 힘이 될 수 있다. 한전기술은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팀코리아’를 구성해 여러 곳의 해외 원전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허민호 연구원은 2019년 한전기술의 원전 프로젝트 매출을 2018년보다 34% 감소한 1073억 원으로 전망했다.
한전기술이 원전 관련 매출 감소를 만회하려면 신규 수주가 뒷받침 돼야 한다. 국내에서 탈원전정책으로 수주기회가 줄어든 만큼 해외 수주가 필요하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한전기술은 해외에서 신규 수주를 해야 본질적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며 “해외 원전 수주는 단순한 이벤트로 해석할 수 없다”고 해외 수주의 중요성을 들었다.
이배수 사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작년에 이어 2019년에도 수주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수주액 1조5천억 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전기술 연간 수주액이 1조 원을 밑돈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해외 원전 수주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주목표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은 해외 원전을 수주하기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입찰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체코와 폴란드 원전사업에 공을 들인다.
25일 한전기술은 체코 국영원자력연구소(UJV Rez)와 원전 설계 및 연구 분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기술 협력과 공동사업 개발, 인력과 기술 교류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실질적 협력체계를 구축해 향후 체코에서 신규 원전 수주 때 현지화를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
이 사장은 2018년 9월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대우건설, 두산중공업 등과 체코·폴란드 신규 원전사업 수주를 위한 공동협력 협약을 맺었다. 이들은 체코와 폴란드 신규 원전사업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