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조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 |
육체노동자의 최후 소득이 발생하는 연령인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면서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은 손해보험료 인상, 정년 연장 등 산업구조에 변화를 주는 현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2일 경제계와 학계에 따르면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조정한 대법원 판결로 손해보험업계를 비롯해 사고가 많은 운송업계와 건설업, 발전정비업종 등이 일차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은 사람이 사고로 사망하거나 장해를 입었을 때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데 중요한 척도가 되므로 가동연한의 상향은 손해보험약관 개정에 우선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취업 가능연한을 현재 60세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작업이 필요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황 연구위원은 “가동연한이 상향되면서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규모가 늘어나게 돼 보험료 조정과 관련한 논의도 진행될 것”이라며 사고발생 위험이 높아 손해보험과 관련이 밀접한 운송업 건설업 발전정비업 등의 비용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손해보험협회에서는 자동차보험만 해도 대인배상 중 사망에 따른 상실수익액 및 부상에 따른 휴업손해 지출 규모가 연간 125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상향하는 것은 정년을 높이자는 의견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989년 노동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상향한지 27년이 지난 2016년에야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것을 근거로 곧바로 정년 연장이 뒤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통계를 보면 정년 연장과 관련한 논의의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 노인인구가 14%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가 됐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이상인 초고령사회에는 2026년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계는 정년 논의가 시작된다면 임금피크제와 같은 기업 부담 및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세대 사이 갈등 문제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2016년 정년이 60세로 연장됐을 때 임금피크제 도입을 의무화하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고임금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여기에 최근 최저임금제도와 맞물려 임금과 관련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정년 연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수반되는 문제인데다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도 연관이 있는 만큼 깊이 있는 사회적 논의가 수반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에 따르면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이 상향조정된 이유로는 고령사회 진입과 평균수명 연장, 경제수준과 고용수준 등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 변화 등이 꼽힌다.
이번 대법원의 육체노동자 가동연한 연장 판결은 수영장에서 익사사고로 4살 아들이 사망하자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에서 출발했다.
대법원은 익사로 사망하게 된 아들이 성인이 된 때부터 ‘변경된 가동연한인 65세’를 기준으로 육체노동에 종사했을 때 벌었을 수익을 계산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이번 판결은 1989년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상향한 지 30년 만에 바뀐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