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 가동연한이 30년 만에 65세로 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박동현씨 부부와 딸이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2억5416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깨고 ‘노동 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 손해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온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결했다.
노동 가동연한은 노동에 종사해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의 상한을 말한다. 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잃을 때 피해자의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된다.
대법원의 판결은 저출산·고령화가 장기화하면서 고령자의 노동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60세로 규정하는 판결이 내려진 1989년과 비교해 국민 평균여명(어떤 시기를 기점으로 생존할 수 있는 평균 연수)과 법정 정년이 늘어나거나 연장됐다. 국민연금 수급 시기도 2033년부터 65세로 늦춰진다.
국민 평균수명은 1989년 남자 67세, 여자 75.3세에서 2015년 남자 79세, 여자 85.2세로 늘었다. 2017년에는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증가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 노동자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1989년 9.3%에서 2018년 21.1%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 가족은 2015년 8월 수영장에서 익사사고로 4살 아들이 사망한 뒤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액과 위자료를 합쳐 4억9354만 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노동 가동연한을 60세로 유지해야 할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은 기존 판례에 따라 박씨 아들이 성인이 된 뒤부터 60세가 될 때까지 육체노동에 종사해 벌었을 수익을 2억8338만 원으로 인정한 뒤 수영장 업체의 과실비율을 60%로 보고 1억7416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