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정보의 상업적 활용이 허용되면 국내 산업 전반에서 빅데이터 분석능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업과 NICE평가정보 등 신용평가기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데이터 기반 금융혁신을 위한 신용정보법 공청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가명정보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가명정보는 이름과 주소, 거주지, 성별 등의 개인정보 가운데 특정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다른 표현으로 바꾸거나 가린 것을 뜻한다. 특정 식별 정보만 빠지고 나머지 정보들은 남기 때문에 데이터로서 활용 가치가 있다. 가명정보는 대부분의 식별 정보를 감춘 익명정보와 구분된다.
정치권은 현행법이 개인정보 보호에 기여하긴 했지만 정보로서 활용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고 보고 그 대안으로 개인정보를 가명으로 처리해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가명정보 활용에 관한 개정안을 발의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가명정보의 개념과 처리방법이 구체화하면 국내외 기업들의 한국 데이터 산업 투자 활성화는 물론 데이터경제 시대의 국가 경쟁력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가명정보를 활용해 5G기반 산업 등 빅데이터가 쓰이는 분야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5G 서비스·콘텐츠 생테계’ 간담회에서 “5G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명정보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빅데이터 기반 산업의 수혜가 기대된다. 특히 금융권에서 가명정보의 상업적 활용을 반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에 ‘마이데이터’ 산업에 1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마이데이터는 은행과 카드회사 등 금융회사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모으거나 옮길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금융 컨설팅을 하거나 소비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다.
마이데이터를 수행하려면 가명정보의 상업적 활용이 허용돼야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개인정보 유출 등의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데이터 활용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며 “새로운 금융 분야 데이터산업이 확대되면 전문성을 지닌 청장년층의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신용정보를 다량 확보하고 분석 능력을 지닌 신용평가회사도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정홍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분야의 데이터 활성화 목적으로 추진되는 법안들이 개정되면 빅데이터산업의 확대로 바로 연결되며 NICE평가정보와 같은 신용평가회사들이 빅데이터 분석과 컨설팅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바라봤다.
NICE평가정보는 금융과 비금융 정보를 융합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가명정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금융회사로 구성된 고객군이 일반 기업으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다만 가명정보 활용을 두고 사생활 침해와 정보 활용의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명정보만 놓고 보면 특정 사람을 식별할 수 없지만 가명정보가 추가적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 식별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18일 성명을 내고 “최근 정치권에서 발의한 법 개정안은 개인신용정보의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닌다"며 "정부가 폐쇄적이고 비민주적 방식으로 법안 개정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