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카드 수수료 인하와 업황 악화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현대카드를 어떻게 이끌까?
정 부회장이 황유노 현대카드 사장에게 내부 경영을 맡기고 스스로는 신사업 개척에 집중하는 전략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왼쪽) 황유노 현대카드 사장(오른쪽). |
20일 카드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 부회장은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카드수수료 인하로 흰 머리가 나기 시작했다”는 글을 남길 정도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현대카드의 최근 상황은 ‘최악’에 가깝다.
현대카드는 2018년 3분기 영업이익 1633억 원, 순이익 1296억 원을 냈다. 2017년 3분기보다 영업익은 32.5%, 순이익은 29.5% 크게 줄었다.
꾸준히 악화되고 있는 카드업황을 감안하면 2018년 4분기에도 현대카드의 실적 하락세는 이어졌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카드 수수료 인하가 2월부터 시작된다면 정 부회장으로서는 최후의 카드로 여겼던 인력 감축을 꺼내 들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미 보스턴컨설팅그룹의 경영진단을 통해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받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다.
정 부회장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정 부회장은 현재의 위기를 신사업을 통해 뚫고 나간다는 정공법을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미국과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는 것은 물론 각종 강연 등에도 참석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때 현대카드에서 ‘인사이트 트립’이라고 부르는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했다. 여행 속에서 복잡한 현안의 해법을 찾는 통찰력을 구한다는 의미다.
정 부회장이 신사업 구상에 집중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황유노 사장의 든든한 뒷받침이다.
황 사장은 2008년부터 현대카드에서 인사와 보안업무 등을 총괄해왔으며 지난해 12월 현대자동차그룹 인사에서 현대카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를 이끈 이후 현대카드에서 사장으로 선임된 사람은 황 사장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매형인 정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시각도 있다.
황 사장은 2011년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유출사고에서 정 부회장을 도와 사고를 수습했던 것처럼 내부 살림살이를 빈틈없이 챙기고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조직을 다져나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축구 경기의 맥을 짚으려면 슈팅 수, 볼 점유율 등 수치보다는 선수를 포진시킨 포메이션을 보는 것이 낫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을 만큼 인사와 조직 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황 사장에게 조직관리를 맡기고 신사업 개척과 돌파구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신사업 구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황 사장이 현대카드 내부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인사업무 등을 맡아 조직관리에 능한 황 사장의 존재가 정 부회장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황 사장 승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사장 승진 연한에 따른 자연스러운 인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