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그룹 쇄신’을 내걸고 임기 안에 DGB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대구은행 측은 김 회장에게 권력이 집중된다고 비판을 날을 세우고 있다.
▲ DGB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대구은행>
14일 대구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사회는 15일 열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금융지주가 제시한 김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DGB금융지주 자회사 CEO(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는 11일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 최종후보로 추천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김 회장의 행장 겸직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던 만큼 금융지주 이사회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그동안 김 회장과 금융지주 이사회가 대구은행 출신 행장을 뽑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고 보고 있다.
2018년 4월 DGB금융지주 회장을 선임을 앞두고 금융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는 금융지주 회장-은행장 분리 원칙에 합의했다.
그룹에 변화를 주기 위해 외부 출신 금융지주 회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금융지주 이사회와 안정을 위해 대구은행 출신 행장을 선임해야한다는 은행 이사회의 뜻이 당시에는 서로 맞았던 셈이다.
또 지난해 11월 DGB금융지주 이사회가 행장 추천권을 지니는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개정안을 내놓았을 때도 은행 이사회는 대구은행 출신 행장을 약속받고 해당 개정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금융지주 이사회가 김 회장의 행장 겸직안을 제시하면서 대구은행 이사회로서는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과거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시절에 채용비리 사건 및 비자금 조성 사건 등 금융지주 회장의 제왕적 권한에 따른 부작용을 경험한 상황에서 ‘겸직체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대구은행 노조도 14일 성명서를 내고 “8일과 11일에 열린 DGB금융지주 자회사 CEO 후보 추천위원회에 이해당사자인 금융지주 회장이 참여한 만큼 회의결과에 위법성이 있다”며 “김 회장의 은행장 겸임 결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지주 이사회는 마땅한 대구은행 출신 행장 후보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은행 이사회가 행장 후보로 추천한 박명흠 전 대구은행 부행장과 노성석 전 DGB금융지주 부사장은 채용비리 및 대구 수성구청 펀드 손실금 보전 사건 등으로 금융당국의 제재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다른 후보를 놓고도 자격요건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자회사 CEO 후보 추천위원회는 논란이 불거진 뒤 13일 담화문을 내놓고 “현재로서는 기존 대구은행의 문제들과 조직의 내부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은행장 공백 상태 또는 직무대행체제에서의 체제 분리는 의사결정 혼란과 불필요한 자원 소모 등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