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부원장보 인사보다 국실장급 인사를 먼저 실시한 것은 2016년에 이어 두 번째일 정도로 이례적 일이다.
부원장보 인사 지연으로 종합검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자 더는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윤 원장의 결단으로 보인다.
윤 원장이 13일부터 17일까지 스위스 바젤은행감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해외출장으로 한동안 자리를 비운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부원장보 인사가 늦어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설인배 보험담당 부원장보가 사표를 내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윤 원장은 2018년 12월에 부원장보 9명 전원에게 신임을 묻는 성격의 사표 제출을 요구했는데 설 부원장보가 임기가 남았다는 점과 퇴직 후 재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원장이 올해 핵심과제로 추진하는 종합검사는 사실상 보험업계를 겨냥한 것이므로 보험담당 부원장보에 윤 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물을 앉힐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 이창욱 보험감독국장 등이 유력한 차기 보험담당 부원장보 후보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성재 국장은 자살보험금 사태 때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보험회사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을 다루면서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어 유력한 보험담당 부원장보 후보로 거론된다.
윤 원장은 종합검사에 힘을 싣기 위한 대외적 행보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8일에는 국회를 방문해 정무위원회 국회위원들과 만났다. 정무위원회는 국회에서 금융 관련 업무를 맡은 위원회다.
윤 원장의 국회 방문은 국회의원들을 만나 종합검사의 취지를 설명하며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이다.
정무위원회에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이 금감원의 종합감사를 놓고 부정적 생각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2018년 12월27일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생명 등을 종합검사 한다고 하면 이게 괜찮겠느냐”며 “보복성 검사 없애겠다고 하면서 종합검사를 하면 어쩌자는 거냐, 통째로 탈탈 털어 뒤집어 보겠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윤 원장은 종합검사가 금융회사를 벌주는 것이 아니라 기준에 미달하는 회사를 검사하고 기준을 충족하는 회사에는 검사를 면제해 주는 ‘유인부합적 검사’를 할 것이라는 취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장은 종합검사를 놓고 8일 임원회의에서 “종합검사는 종합검진 같은 것인데 금융회사들이 과거 같은 징벌적 검사가 부활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잘 하는 금융사를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수검 부담을 줄여주는 등 유인부합적 검사라는 점을 강조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험회사들도 금감원의 종합검사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종합검사의 첫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보험회사로 꼽히는 삼성생명은 최근 박병명 전 금감원 보험감독국장을 상임고문으로 영입했다. 박 전 국장은 보험감독원을 거쳐 금감원 보험검사2국장, 보험감독국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박 전 국장을 영입한 것은 올해 금감원과 즉시연금사태를 놓고 갈등이 이어질 것을 대비해 대관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