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파업이 일단 마무리됐지만 한동안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노사가 강대강으로 대치하면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기 때문이다. 추가 파업 가능성도 열려있다.
9일 KB국민은행 노사에 따르면 이날 실무진급 면담을 진행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과 박홍배 노조위원장의 대표자 교섭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 모두 2차 파업까지 가는 상황은 원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파업을 향한 대중의 차가운 시선이 부담스럽고 앞으로 파업한다 하더라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2차 파업 일정은 30일로 잡혀 있다. 은행 업무의 특성을 볼 때 설 연휴를 앞두고 거래가 몰릴 가능성이 높아 2차 파업의 파장이 이번 파업보다 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박홍배 위원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2차 파업 계획을 세워두긴 했지만 교섭과 투쟁을 병행할 것”이라며 “교섭 방법은 집중교섭, 사후조정 신청, 한국노총 등이 중재자로 나서는 방법 등을 모두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업으로 허 행장을 비롯해 KB국민은행 임원들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은 만큼 앞으로 조직 장악력이라는 새로운 과제도 안게 된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임원 54명 전원은 파업을 앞두고 허 행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파업을 막겠다며 임원 전원이 사직서를 낸 상황도 이례적인데 그럼에도 파업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팎으로 체면을 구긴 셈이다.
현실적으로 허 행장이 사직서를 수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상황이 악화하면 일부 임원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날 가능성은 있다.
KB국민은행을 향한 싸늘한 시선은 노사 모두에게 부담스럽다.
일단 파업이 마무리되면서 여론이 가라앉기는 했지만 파업이 하루종일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있을 만큼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비판 여론 역시 확산됐다.
KB국민은행은 3천만 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개인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파업 사실이 알려진 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처방법을 묻는 글들이 쏟아졌다.
KB국민은행도 연체 이자를 비롯해 여러 수수료를 면제하면서 일시적 비용 부담이 발생했다.
KB국민은행은 2017년 8년 만에 신한은행을 제치고 시중은행 가운데 순이익 기준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허 행장도 파업 전날 전직원 담화문을 통해 “파업으로 우리의 고객이 경쟁은행의 품으로 돌아서게 된다면 이번 파업이 진정 우리 모두를 위한 유일한 길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겠냐”며 우려의 뜻을 내보였다.
KB국민은행에 몸 담고 있는 이모씨는 “처음에는 파업까지 갈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노사가 서로 자극하면서 결국 파업까지 이르게 된 것 같다”며 “추가 파업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만큼 노사가 타협안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