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가운데)이 2018년 3월22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방한 기자회견에서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왼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
이대현 KDB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로 내정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온다.
이 수석부행장은 산업은행에서만 30년 넘게 몸담아 타이어사업만 놓고 보면 전문성이 다소 떨어진다.
2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 수석부행장이 조만간 회사를 떠난다”며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회장은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로 내정되면서 최근 산업은행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1일 이뤄진 산업은행 임원인사에서 이 수석부행장의 후임으로 성주영 수석부행장이 선임됐다.
산업은행 출신이 자회사 대표로 이동하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는 산업은행이 보낸 게 아니라 더블스타에서 직접 영입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 수석부행장은 산업은행이 지난해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실무협상을 이끌며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대신 차이융썬 회장과 함께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2018년 7월에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매각계약을 체결한 뒤 현재 지분 7.43%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에 이어 3대주주에 그친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관리회사가 아닌 일반회사로 분류돼 있어 경영에 거의 개입하지 않고 있다.
더블스타가 이 수석부행장을 영입한 이유를 놓고 사업적 판단이라기보다 전략적 혹은 재무적 판단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타이어업계는 김종호 전 금호타이어 회장의 후임으로 타이어 전문가 혹은 중국 전문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 수석부행장은 1985년 산업은행에 입행해 2017년 12월 금호타이어 태스크포스팀을 총괄하기 전까지 타이어업계와 무관했다.
대신 이 수석부행장은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채권단 사이에서 매각협상을 주도하며 금호타이어 재무구조를 오랜 기간 살펴왔다.
금호타이어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금이 필요하다. 이 수석부행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금호타이어가 과거 10년 동안 제대로 된 시설투자를 하지 못했고 기술 개발도 못했다”며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뜻을 밝혔다.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도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방법을 놓고 “캐시 플로우(현금 흐름)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의 최대주주는 더블스타가 세운 싱웨이코리아로 지분 45%를 들고 있다. 이 밖에 우리은행이 7.78%를 보유한 2대주주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지분율을 더해 15%가 넘는 만큼 앞으로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국내 주주들의 협조를 받으려면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권에서 입지가 탄탄한 인물을 내세우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혹시 있을 수 있는 주주 사이의 분쟁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 이 수석부행장이 산업은행을 비롯해 국내 금융권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한국GM과 산업은행의 협상을 이끌었던 정용석 전 산업은행 부행장도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 한국GM과 산업은행이 한국GM의 법인 분리를 놓고 대립했던 상황에서 산업은행을 잘 알고 있는 정 전 부행장의 역할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앤장은 한국GM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