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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회장 승계체제 다시 작동하나, 재일교포 영향력은 굳건

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 2018-12-26 16: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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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가 그동안 자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을 육성하면서 안정적으로 지주 회장 승계체제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번 인사를 놓고 승계 프로그램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회장 후보군에 포함되는 주요 자회사 최고경영자들이 이번에 대거 현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동시에 신한금융지주 지배구조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신한금융, ‘신한사태’ 이후 안정적 CEO 승계프로그램 구축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사태’를 겪은 뒤 능력과 조직 안정을 중시하는 CEO 승계프로그램을 마련하며 가장 안정적으로 지주 회장 승계가 이뤄져온 곳으로 꼽힌다.
 
신한금융 회장 승계체제 다시 작동하나, 재일교포 영향력은 굳건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한금융지주의 승계 프로그램은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한동우 전 회장은 2010년 신한사태가 벌어진 뒤 같은 해 9월에 취임해 최고경영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특정인 및 계파의 입김과 외풍 등에 흔들리지 않도록 2011년부터 지배구조와 CEO 승계프로그램을 정비했다.

신한금융지주의 CEO 승계프로그램에 따르면 신한은행와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 5곳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은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된다. 

이들은 수시로 열리는 이사회에서 경영성과와 자기계발, 내외부 평판 등을 평가받고 회장 후보 선임 절차가 진행되면 차기 회장 후보군에 '당연직'으로 들어간다.

이런 승계 프로그램 덕분에 신한금융지주는 외부에서 낙하산인사가 내려올 가능성을 사전에 막는다.

외부 출신 인사라도 신한금융에서 상당기간 임원으로 일하며 ‘신한 문화’를 익힌 뒤에야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인식도 강해졌다.

이 밖에 교육 프로그램이나 비상시 선임 절차 등도 연차보고서에 공개하면서 투명성을 높였고 지주 회장이 만 70세를 넘기면 임기가 남았더라도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내부규정을 강화해 장기집권 가능성을 좁혔다.

한동우 전 회장도 2017월 3월에 한번 더 연임할 수 있었지만 임기 중간에 만 70세가 된다는 점을 감안해 스스로 연임에 도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한동우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에 오르는 과정에서도 능력과 조직 안정을 중시하는 신한금융지주의 CEO 승계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나이가 비슷한 데다 늘 경쟁관계에 있었던 조 회장과 위성호 행장이 또 다시 지주 회장을 놓고 경쟁한 데다 ‘신한사태’까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둘 사이의 불화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당시에는 두 사람 사이에 별다른 잡음 없이 ‘조용병-위성호 체제’가 꾸려졌다.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당시에 “신한사태라는 7년의 굴레에서 벗어나 미래를 보고 나아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누가 제일 강팀인지를 논의했다”며 “조용병 회장, 위성호 행장은 신한이 구상할 수 있는 최강의 팀”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2018년 정기인사에서 그룹을 떠나게 되자 조 회장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최강의 팀'이라던 조 회장과 위 행장 사이의 갈등은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

◆ 신한금융 안정적 지배구조의 버팀목, 재일교포 주주

2010년 신한사태를 겪은 뒤 한동우 전 회장이 선임돼 수습하고 조용병 회장이 순조롭게 지주 회장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크게 잡음이 불거지지 않는 이유로 신한금융지주 재일교포 주주들의 존재가 꼽히기도 한다.
 
신한금융 회장 승계체제 다시 작동하나, 재일교포 영향력은 굳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위성호 신한은행장.

신한금융지주는 1982년 설립된 신한은행에서 출발한 금융지주사인데 신한은행은 국내은행 가운데 최초로 재일교포를 주축으로 한 순수 민간자본으로 세워졌다.

신한금융지주의 재일교포 주주들은 지금도 17%~20%가량의 지분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4명이 재일교포 주주측 인사로 평가되는 등 재일교포 주주들은 지금도 신한금융지주의 결정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조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과감한 ‘세대교체’를 추진할 수 있었던 뒷배경에도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가 있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차기 회장 후보군인 자회사 최고경영자 5명 가운데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을 제외한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이병찬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등 4명은 내년 3월에 자리를 떠난다.

이에 따라 위 행장은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되고 있는 5개 주요 자회사의 최고경영자 5명 가운데 4명이 이번에 퇴출됐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재일교포들의 영향력은 그대로 유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일교포 주주들과 친분이 두터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신한은행장에 내정된 데다 역시 재일교포 주주들과 인연이 깊은 임영진 사장은 그룹에서 입지가 더욱 단단해졌다.

최근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신한금융이 연루된 ‘신한사태’와 ‘남산 3억 원 사건’ 등을 재조사하도록 권고하자 재일교포 주주들이 신한금융지주 지배구조에 정권 차원의 ‘외풍’을 우려해 조 회장에게 더욱 힘을 실어줬을 가능성도 있다.

조용병 회장은 1957년 생으로 '만 70세 룰'을 적용하더라도 물리적 시간만 따져보면 임기 3년인 지주회장 자리에 앞으로 2차례 더 연임할 수 있다. 신한금융 내부규정에는 지주회장의 연임 횟수를 제한하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재일교포 주주들의 의중과 반대되는 결정을 내리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사실상 재일교포 주주들이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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