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삼환기업에서 소액주주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최용권 삼환기업 명예회장 오너 일가의 사내이사 선임을 막은 것이다.
삼환기업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이달 말까지 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상장이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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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권 삼환기업 명예회장 |
최 명예회장 등 대주주 일가는 소액주주는 물론이고 노조로부터 부실경영 책임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24일 삼환기업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최 명예회장의 장남인 최제욱 상무의 연임안을 부결시켰다. 최 상무는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또 신양호 상무보의 사내이사 선임안건도 부결시켰다. 신 상무보는 최 명예회장 일가가 내세운 인물로 알려졌다.
박상국 삼환기업 사장과 정화동 삼환기업 상무, 독고철 삼환기업 상무는 재선임됐다. 회사가 요청한 이사의 보수 한도는 원안대로 가결됐으나 감사의 보수한도 4억 원은 2억 원으로 줄었다.
삼환기업은 최 명예회장 등 최대주주 일가가 지분 22.89%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64.71%는 4733명의 소액주주들이 지니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최근 회사가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자 부실 경영책임을 물어 대주주 일가의 경영참여를 막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대주주 일가를 경영진에서 퇴출한 셈이다.
삼환기업은 이달 말까지 자본잠식 해소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3일부터 완전자본잠식을 사유로 삼환기업의 주식거래를 중단시켰다.
삼환기업은 지난해 개별기준 영업손실 207억 원, 당기순손실 504억 원을 기록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삼환기업은 2012년 7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6개월 뒤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공사 매출원가율이 102%가 넘어 적자를 내면서 재무구조가 악화해 다시 상장폐지 위기를 맞게 됐다.
삼환기업 관계자는 상장폐지 해소와 재무구조 개선 방안과 관련해 “아직까지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상장폐지 요건 해소는 이달 말까지인 만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명예회장은 지난 1월 항소심에서 2011년 자본전액잠식이 예상되던 계열사 신민상호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삼환기업이 참여하도록 해 삼환기업에 18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삼환기업 소액주주들은 주총이 끝난 뒤 '삼환기업 소액주주 권익찾기 모임'을 결성해 오는 31일까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방안을 찾기로 했다.
소액주주들은 "삼환기업의 현 경영진은 회생을 위한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않고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소액주주들에게 갑작스럽게 상장폐지를 알렸다"며 "소액주주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상장폐지를 최 명예회장과 대주주일가는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액주주들은 앞으로 이 모임을 통해 경영진과 회사를 압박하고 적극적으로 책임추궁에 나서기로 했다.
삼환기업 노조는 대주주 일가에게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문 경영인 체제 확립, 총수 일가 주식의 100대 1 차등 무상감자, 사재출연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 명예회장 일가는 이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