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장관은 20일 정부세종청사 근처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5년마다 1%포인트씩 올리는 내용이 들어간 3안과 4안은 (5년마다 치러지는 대선에서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정치권에서 책임을 분담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어 해 볼만 하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정당이어도 여당이냐 야당이냐에 따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인상에 관련된 의견이 바뀌면서 실제 인상이 미뤄져 왔다”며 이처럼 말했다.
박 장관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5년마다 1%씩 올리는 방안을 설명했을 때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복지부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인상을 실컷 논의했는데도 개편에는 한 발짝도 못 나간 것을 타개하려는 간절한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2008년 이후 국민연금 제도의 개편을 네 차례 논의했지만 정부마다 보험료율을 높이는 사안에 관련된 의견을 달리 하면서 실제 인상이 미뤄져 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정부가 14일 내놓은 ‘4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은 제도개편안 4개를 담고 있다.
1안은 현재 9%인 보험료율과 2028년 40%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인하되는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에서 연금 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유지하는 내용이다. 2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되 기초연금을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이다.
3안은 소득대체율을 2021년까지 45%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2031년 12%를 목표로 5년마다 1%포인트씩 높이는 방안이다. 4안은 소득대체율을 2021년까지 50%로 인상하고 보험료율을 2036년 13%를 목표로 5년마다 1%포인트씩 높이는 내용이다.
이를 놓고 박 장관은 “국민연금 개편의 목표는 노후소득과 재정 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일각의 비판처럼 정부가 장기적 그림을 그리지 않았거나 재정 안정화를 생각하지 않은 방안을 내놓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상한을 12~13%로 제시해 국민연금의 기금 소진 가능성 등에 대처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자 박 장관은 “15~18% 등 너무 높은 수치를 제시하면 큰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을 생각해 먼 그림은 살짝 묻고 당장 필요한 방안만 내놓았다”고 해명했다.
박 장관은 3안과 4안처럼 보험료율을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올리면 국민의 저항도 비교적 덜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3안이나 4안을 선택해 보험료율의 상한선인 12~13%에 이른 후 몇 년 뒤에 보험료율을 15~16%로 2차 인상하면 유럽 선진국의 보험료율에 거의 가까워진다”며 “이렇게 되면 기금이 소진되지 않는 안정적 틀을 갖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장관은 “3안이나 4안이 채택돼 보험료율 상한이 12~13%가 된다고 해도 그 뒤의 일은 우리가 판단할 사항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복지부가 12월 말 국회에 내는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의 최종보고서에 보험료율의 중장기적 수치나 연금을 지급하는 나이의 상향 조정 등은 담지 않기로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만 18세인 청년 대상으로 생애 첫 국민연금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을 놓고 박 장관은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지만 복지부가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며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생각해 (경기도가) 수정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21일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의 국민 설명회를 연 뒤 최종안을 확정한다. 이 최종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되면서 입법 논의에 오르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