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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연 1.75%로 인하했다.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1.75%로 낮췄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대로 낮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져 장기침체가 올 가능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국가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기업들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금리인하 결정에 영향을 줬다.
◆ 내수부진에 디플레이션 우려 겹쳐
이 총재는 12일 “최근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을 살펴본 결과 성장세가 본래 전망에 미치지 못하고 물가상승률도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폭을 0.25%포인트로 결정한 데 대해 “이전에 기준금리가 실물경제를 제약하는 수준이 아니라고 봤다”며 “이번 인하는 실물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체 산업생산량은 지난해 12월보다 1.7% 감소했다. 2013년 3월 이후 산업생산량이 지난달과 비교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자동차와 기계 등 광공업생산량도 지난해 12월보다 3.7% 줄었다. 지난 6년간 변동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민들의 소비심리도 함께 떨어지면서 올해 1월 소매판매량도 지난해 12월보다 3.1% 감소했다. 특히 의류 등 오랫동안 소비하는 준내구재 판매량은 무려 7.7%나 줄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제자리걸음을 거듭하면서 디플레이션의 조짐이 보인다는 의견도 나온다. 디플레이션은 물가하락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장기불황을 가리킨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2%로 지난해 12월부터 계속 0%대에 머물러 있다. 2월의 경우 담배가격 인상이 포함된 주류와 담배 기여도 0.6%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상승률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저물가 상황이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해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국내경제는 석유제품 등의 단가가 떨어지면서 수출이 감소한 상태에 개인과 기업 등의 소비와 투자심리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라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성장세 회복의 시발점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한국은행, 수출 걱정에 글로벌 통화전쟁 참전 결정
이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세계 여러 나라들이 최근 연이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 금융당국들이 기준금리 인하로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하면서 원화강세가 심해져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9일 월평균 600억 유로(약 71조1396억 원) 규모의 국채매입을 실시했다. 대규모 자금을 시장에 풀어 유로화의 가치를 낮추고 경기를 부양하려는 것이다.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이 이 계획을 밝힌 지난 5일 한때 1.0988달러까지 가치가 떨어졌다.
중국과 인도도 최근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이밖에도 덴마크, 폴란드, 인도네시아, 호주, 터키, 스위스, 캐나다, 태국, 이스라엘, 이집트, 알바니아 등이 기준금리를 낮췄다. 일본도 양적완화 정책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여러 국가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수출이 줄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완화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뒤 지난 1월 한국의 유럽연합 수출은 2013년 1월보다 23% 줄었다. 지난 2월에도 1년 전보다 30.7%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엔화약세 현상이 국내경제에 주는 부정적 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1월 대일수출은 2014년 1월보다 19.5% 줄어든 상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 11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환율하락으로 원화가치가 절상되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며 “세계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이 시행되는 와중에 우리경제만 거꾸로 갈 수 없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도 금리인하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와중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하는 데에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환율정책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던 이 총재도 결국 기준금리 인하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