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형주 공정거래위원회 내부거래감시과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정자료를 허위로 낸 혐의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고발하기로 결정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14일 삼성그룹의 이전 총수인 이 회장이 2014년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에 필요한 자료를 공정위에 내면서 삼성그룹이 차명으로 보유한 회사 2곳을 고의로 누락한 행위를 찾아내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조사결과 이 회장은 2014년 3월21일 공정위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에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면서 삼우종합건축사무소(삼우)와 서영엔지니어링을 삼성그룹의 소속회사에서 뺀 허위 자료를 냈다.
삼우는 1979년 3월에 세워진 뒤 2014년 8월까지 삼성종합건설(현 삼성물산)을 실제 소유주로 둔 사실을 감추고 임원들 명의의 회사로 위장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영엔지니어링은 1994년 9월에 세워진 삼우의 100% 자회사다.
삼우의 실제 지분구조를 시기별로 살펴보면 1979년 3월~1982년 3월에는 삼성종합건설이 47%, 신원개발(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47%, 삼성그룹 임원들이 6%를 쥐고 있었다. 신원개발은 1979년 5월 삼성종합건설과 합병했다.
1982년 3월~2014년 8월에는 삼우 임원들이 삼성종합건설 등에서 보유했던 주식 명의를 옮겨 받았다. 그러나 삼우의 실제 소유주는 여전히 삼성종합건설이었던 사실이 공정위의 조사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삼우의 내부 자료 등에서 삼성종합건설이 실제 소유주로 명기돼 있다”며 “차명 주주인 임원들도 삼성그룹의 결정에 따라 삼우의 주식 명의자가 됐고 이들이 지분을 사들인 자금도 삼성그룹에서 지원했다”고 밝혔다.
삼우의 주식 명의롤 옮겨 받은 임원들은 실제 주식증서를 보유하지 않았고 배당도 요구한 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우 주주로서 재산권을 인식하거나 행사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삼우는 2005년~2013년 매출액의 45.9%를 삼성그룹 계열사와 내부 거래를 통해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에 타워팰리스,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등의 설계를 전담했다.
2011년~2013년만 봐도 삼성그룹 계열사와 거래에서 매출이익률 19%~25%를 올렸다. 같은 기간 삼성그룹 계열사가 아닌 회사와 거래해 올린 매출 이익률 –4.9%~15%를 훨씬 웃돌았다.
삼우는 2014년 8월에 설계부문을 ‘신삼우’, 감리부문을 ‘삼우CM’으로 분할했다. 삼성물산이 분할된 설계부문을 인수하면서 삼우는 삼성그룹 계열사로 들어갔다. 삼성물산은 이런 분할과 인수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공정위는 “삼성그룹은 이전에도 허위자료 제출에 따른 제재를 세 차례나 받았는데도 같은 법을 계속 위반했다”며 “삼우와 서영엔지니어링이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누락돼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여러 의무를 피하고 다른 법령의 혜택도 받은 점을 생각해 이 회장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에 필요한 자료를 허위로 낸 사람은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공정위는 삼우와 서영엔지니어링이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빠진 기간에 부당하게 받은 혜택도 환수할 수 있도록 국세청 등에도 관련된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차명주주의 명으로 은밀하게 숨겨져 왔던 대기업집단의 위장 계열사를 적발해 엄중하게 제재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대기업의 위장 계열사를 철저하게 조사해 적발하면 엄정하게 다루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