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옛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며 소득주도성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뜻을 강하게 비쳤다.
이런 방향을 지키면서도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반발 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업무 조정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홍 후보자를 지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홍 후보자의 인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홍 후보자는 저성장과 양극화 등 구조적 경제 문제에 관련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을 계속 추진해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이루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자도 9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간 만큼 경제의 역동성 성장력 포용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도록 온힘을 쏟겠다”며 “역동성과 포용성이 잘 조화돼 우리가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을 임명한 대목도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지키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실장은 보수야당 인사들로부터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원조'로 평가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 정책을 설계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과 탈원전 등의 굵직한 정책 입안에도 참여했다.
윤 수석이 두 사람의 인선 배경을 말하면서 김 실장을 ‘설계자’, 홍 후보자를 ‘야전 사령탑’에 빗대기도 했다.
다만 홍 후보자는 김동연 부총리가 추진해 왔던 규제 개편과 신산업 육성 등 혁신성장정책의 속도 높이기에 힘 쓸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과 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 증가폭도 둔화되기 시작하는 등 갈수록 어두워지는 경제 전망에 대처하려면 혁신성장정책에도 더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 후보자는 “김동연 부총리가 (혁신성장의) 토대를 튼튼하게 잘 만들었지만 성과를 내는 것은 2기 경제팀인 내 책임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혁신성장의 현재 속도가 더디다면 그것을 확 끌어올리는 일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민간 위주로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방향도 지킬 뜻을 보였다. 매주 또는 격주로 기업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과 모임을 열어 현장의 의견을 듣는 등의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홍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으로 일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규제를 개편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을 십분 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무조정실장 시절에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등의 규제 개편업무를 조율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관련된 규제 개편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함께 호흡을 맞출 김 실장의 약점이 거시경제 경험 부족으로 꼽히는 것을 생각하면 홍 후보자가 혁신성장 쪽에서는 목소리를 더 높일 수 있다”며 “홍 후보자가 '원톱' 경제사령탑으로 자리매김한다면 혁신성장의 속도를 내는 일도 손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