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2일 전라북도 전주시 그랜드힐스턴호텔에서 아시아 빌리그(Assia Billig) 캐나다금융감독청 보험계리국 국장(왼쪽 첫 번째), 이즈모 리스쿠(Ismo Risku) 핀란드연금센터 기획국장(왼쪽 두 번째)와 좌담회를 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
국민연금 개편안이 보험료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기금 고갈을 궁극적으로 대비하려면 최소한 보험료 인상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5일 정치권과 공기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개편안을 11월 안으로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애초 10월에 국민연금 개편안을 국회에 내기로 됐었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특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한 달 정도 미뤘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특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하는 시기가 10월에서 11월로 한 달 정도 지연될 것”이라며 “복수의 정부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 만큼 이번 국민연금 개편안에는 보험료율 인상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8월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를 통해 저출산 고령화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기존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새로운 국민연금 개편안에는 '더 내고 덜 받는' 방안을 담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제시한 국민연금 개편안 ‘가안’과 ‘나안’은 모두 보험료율 인상을 포함하고 있다.
가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019년부터 2%포인트를 높여 11%로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나안은 2019~2029년 동안 10년에 걸쳐 모두 4.5%포인트를 올려 보험료율을 13.5%까지 인상한다는 방안을 넣었다.
소득대체율은 가안이 2018년 이후 현재와 같이 45%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달리 나안은 2028년까지 해마다 0.5%포인트씩 낮춰 40%까지 낮아지는 방안을 포함했다.
소득대체율이란 연금 가입자의 생애 평균소득 대비 받는 연금의 비율을 말한다.
가안은 보험료만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는 반면 나안은 보험료를 높이는 동시에 소득대체율을 낮춘다.
국민연금공단은 개편안에 참고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사례도 살펴보고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일 열었던 공적연금 국제세미나에서는 캐나다연금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험료를 인상하는 등 연금제도 개혁에 성공한 사례로 소개됐다.
캐나다연금(CPP)은 보험료율을 2018년 9.9%에서 2019년 0.3%포인트 인상하고 2023년까지 11.9%까지 높인다.
대신 소득대체율을 2018년 25%에서 2019~2023년 사이에 33.3%까지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스모 리스쿠 핀란드연금센터 기획국장은 핀란드 연금제도에 도입된 연금지출 자동조정장치를 설명했다.
연금지출 자동조정장치는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기대수명지수를 이용해 연금지출 수준을 조정한다.
핀란드는 2005년부터 2016년에 걸쳐 연금 개혁을 하면서 연금 수급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이고 보험료율도 23.6%에서 24.4%로 인상했다. 2030년부터는 기대여명에 따라 지급하는 연금액수를 낮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금 고갈의 불안과 관련해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법률로 명문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없이 지급 보장만으로는 국민연금 기금을 안정화하는 대책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리스쿠 국장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정부는 국민이 내는 보험료를 받아 재분배할 뿐”이라며 “정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하거나 세금으로 메우라는 것은 곧 미래 세대에게 더 큰 연금 청구서를 보내는 것뿐”이라고 바라봤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 재정추계가 70년 뒤 1년 어치 남는 것을 목표로 설계된 것에 기초해 현재 가정들을 그대로 적용하면 2088년에는 국민 한 사람이 월급의 37.7%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국민연금제도는 2007년 제2차 제도 개혁에 따른 것이다.
2008년 소득대체율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춘 뒤 해마다 0.5%포인트씩 인하해 2028년에는 최종적으로 40%에 도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보험료율도 1998년 제1차 제도개혁 이후로 2018년까지 20년 동안 9%에 머무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