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8-11-05 14: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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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농협의 현안보다는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퇴임 뒤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5일 농협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국 조합장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최근 김 회장이 현직 조합장을 간접지원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현직 조합장들의 마음을 사 남은 임기를 무탈하게 보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농협중앙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관리가 시작되기 직전인 9월18일 전국 지역농협에 공문을 내려 특별회계이자 정산금을 영농자재 교환권으로 조합원들에게 지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관계자는 “김 회장은 어차피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돈을 상품권 형식으로 뿌려 마치 조합장이 주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 2019년 전국 조합장선거에서 현직 조합장에 유리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며 “현직 조합장들을 간접지원해 지역농협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7년 12월에도 NH농협은행장에 이대훈 현 행장을 앉혀 그에게 반대하는 경기도 지역농협 조합장을 달래려 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민선 최초의 호남 출신 농협중앙회장으로 농협중앙회장 선거 2차 투표에서 영남 출신이었던 최덕규 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과 손을 잡아 승리했다.
이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2017년 12월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됐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경쟁자였던 경기도 출신 이성희 전 낙생농협 조합장의 측근 조합장들이 김 회장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는 등 김 회장 흔들기에 나설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이 12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의 후임으로 경기도 지역농협 조합장들을 달랠 수 있는 이대훈 전 농협상호금융 대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전 대표는 경기도 포천 출신인데다 38년 농협맨으로 경기도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농협 관계자는 당시 “경기도 지역 일부 조합장들이 계속 김 회장의 자격문제를 들고나오면 김 회장의 리더십이 손상될 수 있다”며 “이대훈 전 농협상호금융 대표가 경기도 출신으로 이를 어느 정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퇴임 뒤 자신을 위해 과도한 ‘전관예우’ 규정을 만들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 회장은 2017년에 10억 원이 넘는 퇴직공로금과 별도로 퇴임 뒤 2년 동안 매달 500만 원의 보수와 차량, 기사 등을 제공하도록 관련 규정을 바꿨다. 전관예우 적용 기간도 2년 더 연장해 최대 4년까지 연장했다.
김 회장은 과도한 셀프 전관예우 규정이 알려져 논란이 벌어지자 관련 규정을 다시 바꿨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셀프 전관예우 비판이 쏟아지자 “잘못된 생각이라는 판단에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협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법률상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능한 김 회장이 역대 농협중앙회장의 선례를 참고해 조합장 달래기와 퇴임 뒤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 민선 농협중앙회 회장은 모두 검찰의 수사를 받아 왔다.
특히 전임 4명 가운데 최원병 전 회장을 제외한 3명은 비자금 조성,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되고 실형을 받으면서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최 전 회장도 ‘리솜리조트 부실대출’ 건으로 수사를 받아 본인은 사법처리를 면했으나 최측근들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회장도 현재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 이미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이 선고됐고 현재 김 회장과 검찰이 모두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김 회장은 2020년 3월에 끝나는 임기를 모두 마칠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