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8-11-05 14:27:25
확대축소
공유하기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농가소득 5천만 원'을 줄곧 외쳐왔지만 농가소득 올리기보다는 농협 임직원들에 대한 혜택 확대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5일 농협과 정치권, 농림축산수산부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한 대책 마련과 지원에는 소극적이면서도 농협 임직원들에게는 과도한 특혜를 주고 있다.
▲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농협중앙회가 세운 ‘경제 활성화 추진 계획’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2020년까지 책임판매 비중을 원예 39%, 양곡 59%, 축산 64%까지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올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품목별 책임판매 비율’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농협중앙회의 책임판매 비율은 원예 19.2%, 양곡 37.2%, 축산 29.5%다.
양곡만 목표치의 60%를 조금 넘을 뿐 나머지는 목표치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농축산물의 제값을 보장하는 것인데 농협이 사업구조 개편 이후 실질적으로 판매농협을 구현해 왔는지 의문”이라며 “조합출하물량 판매확대가 농협중앙회장의 공약사항인 만큼 목표치 달성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가소득을 올린다는 농협중앙회가 오히려 농민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중앙회가 지역농민 조합원을 제치고 쇠고기 군납을 독점하고 있다”며 “일부 농가에게 군납물량을 배분해주고 수수료를 받고 있어 오히려 농민 조합원들의 소득창출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2008년 3116억 원을 보인 뒤 꾸준히 줄어 다시 3천억 원을 넘긴 적이 없는 농협의 교육지원사업비와 농협중앙회가 판매하는 292개의 자체 상품 가운데 133개 제품이 수입농산품을 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점은 농협중앙회가 농민의 소득증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방증으로 꼽히고 있다.
농협중앙회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특혜는 과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2008년부터 4305명의 농협 소속 직원들에게 주택구입자금 대출이자를 편법으로 돌려줘 사실상 금리 0%대의 ‘황제대출’을 실행해 왔다.
학자금 지원도 농협중앙회 임직원과 농업인 사이에 큰 차이를 두고 있다.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중앙회 임직원 자녀에게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는 물론 해외유학까지 모두 332억 원의 학자금을 지원했지만 농업인 학자금으로는 고등학교까지 29억 원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농협중앙회의 퇴직인사 챙기기도 문제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농협중앙회 퇴직인사 가운데 121명이 농협 계열사로 재취업했다. 이 재취업자들의 연봉과 성과급을 합한 연평균 보수는 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회장은 취임한 뒤부터 줄곧 “2020년까지 농가소득 5천만 원 달성”을 최우선 목표라고 외쳐왔다.
농가소득은 2017년 말 기준으로 연간 3824만 원이다. 2016년 3720만 원에서 2.8%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농가소득이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30.8% 늘린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농가소득 가운데 농업소득은 10년째 1100만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17년에는 농업소득이 1005만 원으로 2015년 1126만 원보다 떨어지는 등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농가소득은 농업소득 외에 제조, 숙박, 농업외임금, 보조금 등을 포함한 농업외소득, 이전소득, 비경상소득 등으로 구성된다.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은 “농민 숫자는 급감하고 농업소득은 정체되는 등 우리 농업이 큰 어려움에 처해있는데도 농협이 농협만을 위한 조직이 돼 가고 있다”며 “농협이 농가소득 5천만 원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