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완성차업체와 협력’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폴크스바겐과 합작사업은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단숨에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Electrek)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폴크스바겐과 유럽에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올해 안에 두 회사 사이에 계약이 맺어질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올해 초 허버트 디에스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는 2025년까지는 배터리 셀을 자체 생산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해 전기차의 핵심 역량을 내재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폴크스바겐이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도 그런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폴크스바겐과 합작공장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 수 있다.
무엇보다 SK이노베이션은 완성차업체와 힘을 합쳐 연구개발을 진행하게 되면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배터리 제조업체가 간과할 수 있는 자동차의 특성을 자동차업체 연구진이 직접 알려주고 기술적 문제점과 관련한 피드백도 바로바로 이뤄질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에 수 조 원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투자 부담도 크게 덜 수 있다. 폴크스바겐이 합작공장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넉넉한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폴크스바겐과 협력은 SK이노베이션이 든든한 고객사를 확보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기자동차업체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사이 합작공장의 선례로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네바다 공장’이 꼽히는데 파나소닉은 테슬라에만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테슬라는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 업체다.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가 2020년까지 테슬라의 반값에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폴크스바겐이 세계 전기차시장 점유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폴크스바겐은 이미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인 중국을 겨냥해 상하이자동차그룹, FAW그룹, JAC 현지 자동차회사와 전기차 공동개발과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를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삼성SDI보다 출발도 늦고 아직까지 존재감도 미미한 만큼 아직 이들에 비해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이번 협력이 SK이노베이션에 큰 호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LG화학은 BMW, GM, 폭스바겐, 아우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현대·기아차, 포드, 다임러, 볼보 등 주요 완성차업체를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삼성SDI도 BMW, 폭스바겐, 아우디, 재규어, 랜드로버, 포르쉐, 피아트-크라이슬러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다임러와 기아차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사업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후발주자로서 LG화학과 삼성SDI에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떨쳐 내지 못했는데 이번 합작사업을 계기로 전기차 배터리 판도를 뒤집으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