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북한에 경공업차관을 상환하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론을 펼치고 있는 마당에 ‘친박 금융인’으로 알려진 이 행장의 이런 발언은 북한을 더욱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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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
북협력기금 수탁기관인 수출입은행은 25일 북한 조선무역은행에 경공업차관의 원리금 연체 사실을 알리고 원리금 및 지연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조선무역은행은 1959년 설립되었으며 북한의 대외금융사업을 총괄하고 외국환을 결제하는 특수은행이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까지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공업차관 계약에 따라 연체 사실을 통지 받은 후 30일 안에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지급기일로부터 실제 지급일가지 연 4%의 지연배상금률을 적용해 지연배상금이 부과된다.
수출입은행은 2007년 8천만 달러 상당의 의복 신발 비누 원자재를 경공업차관 형태로 제공했다. 조선무역은행은 당시 40만 달러 상당의 아연괴를 현물상환해 차관액의 3%를 탕감했다. 차관액의 97%에 대해서는 연 1%의 금리를 적용해 5년간 거치한 이후 10년간 균등분할상환하기로 했다. 이에 지난 24일 지급기일이 도래한 경공업차관의 1차 원리금은 860만 달러였다.
수출입은행이 조선무역은행에 경공업차관 상환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식량차관 상환을 촉구한 적은 있다. 수출입은행은 2000년 정부가 식량차관으로 지급한 8835만 달러에 대해 2012년 지급기일이 도래하자 수차례 상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당시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정부가 북한에 지급한 차관은 경공업차관 8천만 달러와 식량차관 7억2천만 달러, 철도 도로 자재 및 장비 1억3300만 달러 등 모두 10억3천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통일부와 협의해 조선무역은행에 차관금액을 상환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이 이례적으로 북한에 경공업차관 상환을 촉구하자 ‘친박’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정부의 대북 압박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 행장은 지난 11일 수출입은행장으로 내정된 지 5일 뒤에야 공식업무에 착수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알려지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 행장의 출근을 강하게 저지했다.
이 행장은 박 대통령과 서강대 동문이다. 박 대통령 1년 선배로 박 대통령이 수강한 대학원 과목의 조교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강금융인회와 서강바른금융인포럼 등에서 활동하면서 박 대통령이 후보였던 시절부터 금융권 대표 친박 인사로 꼽혔다.
이 행장은 자신이 친박 인사임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박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행장은 수출입은행장으로 선임된 이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친박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 “박 대통령을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답했다.
이 행장의 발언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이 행장 스스로가 낙하산 인사라고 인정하고 있다”며 “이 발언을 강력하게 항의했더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의미였다면서 이 행장이 사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기조에 부응하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동북아 지역은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성장동인이자 기회의 보고”라며 “수출금융과 남북협력기금의 시너지를 통해 남북경협 로드맵 수립과 북한개발 지원 전략을 체계화하는 한편 광역두만강 개발계획 등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추진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정책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 행장은 1981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시작으로 대한투자신탁 사장,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우리(당시 한빛)은행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역임했다.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장 시절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우리은행을 3년 연속 대규모 흑자로 전환하는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