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핀테크 스타트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은행들도 핀테크 스타트업에 직접 지분투자를 하거나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기업은행과 BS금융, 핀테크 스타트업과 손잡아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핀테크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는 26일 간편송금 앱 ‘토스’를 정식출시하면서 IBK기업은행 BS금융지주와 협업체제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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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
기업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이용자들은 토스에 가입한 뒤 전화번호와 보낼 금액을 지정하고 암호를 입력하면 상대방의 휴대폰에 웹사이트 주소를 포함한 문자메시지가 전달된다. 상대방이 웹사이트에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곧바로 송금된다.
토스로 보낼 수 있는 돈은 1일 1회 30만 원으로 제한된다. 대신 돈을 받는 사람은 따로 토스를 다운로드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 계좌로 돈을 받을 수도 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직접 비바리퍼블리카와 제휴를 추진했다. 권 행장은 지난달 15일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열린 업무보고 자리에서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로 나온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사장과 만난 뒤 업무제휴를 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사장은 “은행과 핀테크 스타트업의 업무제휴에 은행장이 직접 나선 곳은 기업은행뿐”이라며 “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협약을 추진하면서 다른 은행과 업무를 처리하는 것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성세환 BS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도 비바리퍼블리카와 제휴를 맺고 핀테크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성 회장은 “핀테크산업으로 은행이 먹거리를 IT기업에게 빼앗긴다는 우려도 있으나 한편으로 은행의 새로운 성장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은행과 우체국도 조만간 토스를 이용해 소액을 송금할 수 있는 은행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 핀테크 스타트업 인수 위한 발판 놓기일까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주로 대형 IT기업들과 핀테크사업을 추진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달 초 각각 다음카카오와 KT를 상대로 핀테크 업무제휴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토스는 시중은행이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과 본격적으로 손을 잡은 사례로 의미가 있다.
기업은행은 비바리퍼블리카 외에 최근 핀테크 스타트업회사 닷과 핀테크 사업모델을 공동개발하는 내용의 제휴협약을 맺었다. 기업은행은 먼저 닷이 제공한 ‘점자 스마트워치’ 기술을 문자전송서비스에 적용해 시각장애인도 금융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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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 HSBC나 미국 웰스파고 등 해외 금융지주회사들이 핀테크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진행중인 대규모 지원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핀테크 스타트업의 지원과 제휴협약 추진을 위한 ‘KB 핀테크허브센터’를 오는 3월 안에 만들기로 했다. KB금융과 제휴하려는 스타트업이 KB 핀테크허브센터를 찾아오면 KB금융 계열사들과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
KB금융은 앞으로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도 진행하기로 했다. 스타트업의 신청을 받아 투자나 대출을 지원하고 연구개발과 테스트를 위한 공간마련을 주선한다. KB인베스트먼트를 중심으로 기획중인 스타트업 지원규모만 150억 원에 이른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신한은행을 앞세워 핀테크 스타트업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파트너십 프로그램 실행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 프로그램으로 핀테크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상품으로 내놓는 과정 전반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단순한 제휴나 지원에서 벗어나 핀테크 스타트업회사에 직접 투자하거나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은 현재 금산분리법에 따라 의결권있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원칙적으로 1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금융회사가 핀테크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CEO들이 이달 초 열린 범금융권 대토론회에서 금융회사가 IT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이 핀테크 스타트업과 제휴를 추진하는 것이 본격 투자나 인수로 나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며 “임종룡 내정자가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면 업계에서 관련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