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는 피해자 가운데 1명이나 일부가 가해자에게 소송을 해서 판결을 받으면 다른 피해자는 소송을 따로 걸지 않아도 앞선 판결로 피해를 일괄로 구제받는 제도를 말한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무부는 다른 부처와 협의해 집단소송제의 적용 범위를 제조물 책임, 식품, 금융소비자 등으로 확대하기 위한 법안 심사를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증권분야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BMW 차량 화재'와 '가습기살균제 사태' '라돈 침대 파동' 등의 소비자 안전과 관련한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의 움직임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법무부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에 집단소송 확대를 담은 ‘청부입법’ 방식으로 관련 법안을 국회에 올려놓고 있다.
이 개정안은 집단소송의 범위를 제조물 책임, 부당 공동행위, 재판매 가격을 유지하는 행위, 부당표시 광고, 개인정보 침해, 식품안전, 금융 소비자 보호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9월 정책간담회에서 “실효성 있는 피해 구제와 사전 예방을 위해 집단적 피해가 계속 생길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국정감사 업무보고에 담은 업무 현황에 법무부와 협의 아래 표시광고법과 제조물책임법 등에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넣었다.
국토교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소비자와 관련된 다른 부처들도 집단소송제 확대를 추진할 뜻을 보이면서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관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집단소송제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관련 법안이 이르면 2018년 안에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있다.
20대 국회에는 김종민 의원의 대표발의안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 중심으로 집단소송 관련 법안 8건이 발의돼 있다. 바른미래당도 집단소송제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단체들도 집단소송법 개정을 이번 국회 회기 안에 공식화하고 도입 범위도 더욱 넓힐 것을 요구하면서 정부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소비자단체 11곳으로 구성된 한국소비자협의회는 15일 국회 캠페인에서 “현행법은 같은 원인으로 다수가 피해를 봐도 소비자 개인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해야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불합리한 구조”라며 “집단소송제를 모든 소비자 피해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피해 신고자 6160명 가운데 정부에게 인정받아 구제급여를 받는 사람은 679명(11%)에 불과한 만큼 집단소송제 확대로 이런 문제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도 법무부에 보낸 의견서에 “사업자가 제공하는 물품이나 용역으로 생긴 모든 소비자 피해에 집단소송법이 적용되도록 범위를 더욱 넓혀야 한다”며 “법원이 집단소송을 허가하면 피고인 기업이 곧바로 즉시항고해 소송이 지연되는 행위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