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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카 파나넨 슈퍼셀 창업자 겸 대표 |
“나는 널 찾아낼 것이다. 찾아내서 바바리안과 드래곤으로 널 부숴버릴 것이다.”
할리우드 유명배우인 리암 니슨이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보며 비장하게 복수를 다짐한다. 그의 히트영화 ‘테이큰’의 명대사 “나는 널 찾아내 반드시 죽일 것이다”와 비슷한 말이다. 스마트폰 화면에 악당의 얼굴 대신 ‘패배’라는 메시지가 떠 있다.
모바일게임회사인 슈퍼셀은 모바일게임 ‘클래시오브클랜’ 광고를 이렇게 만들어 지난 2일부터 세계에 내보내고 있다. 이 광고는 24일 기준으로 동영상 웹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수 4600만여 건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클래시오브클랜은 마을에 건물을 세우고 바바리안과 드래곤 등 여러 종류의 병사를 만들어 땅을 넓히는 모바일게임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른 이용자를 공격해 자원을 뺏거나 침략자에 맞서 영토를 방어한다.
슈퍼셀 대표를 맡고 있는 일카 파나넨은 단순한 이 게임을 통해 슈퍼셀을 세계 모바일게임시장 1위로 올려 놓았다. 유명 배우를 모바일게임 광고에 기용할 정도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슈퍼셀이 지난해 벌어들인 매출은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슈퍼셀, 마케팅 공세로 국내시장 점령
클래시오브클랜은 24일 기준으로 국내 애플 앱스토어 게임부문과 구글 게임플레이에서 모두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는 지난해 7월, 구글 게임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10월 중순 1위에 오른 뒤 장기집권하고 있다.
슈퍼셀은 한국에서 현재 1개월당 최소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 게임플레이 매출 1위부터 20위까지 차지한 게임들이 지난해 올린 1개월당 평균매출 38억4천만 원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게임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클래시오브클랜은 지난해 국내에서 서비스된 모바일게임 가운데 누적매출 5위를 차지했다. 클래시오브클랜은 2013년 12월부터 한글서비스를 시작했다.
클래시오브클랜은 2012년 출시 이후 135개 국가의 구글 게임플레이 매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당시 한국에서 국산 모바일게임에 밀려 30위권에 머물렀다.
슈퍼셀은 지난해 3월 한국지사를 설립하면서 클래시오브클랜 마케팅에 물량을 쏟아부었다.
슈퍼셀은 지난해 7월부터 다양한 채널로 클래시오브클랜을 광고했다. 모바일게임으로서 이례적으로 오후 9~11시에 지상파방송에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 시간대는 방송광고의 ‘프라임타임’으로 15초 길이의 광고 1편을 내보내는 데에 1천만 원 이상이 든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슈퍼셀 한국지사는 지난해 최소 160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쓴 것으로 보이는데 일각에서 300억 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클래시오브클랜의 뛰어난 게임성에 광고물량까지 쏟아 부으면서 국내에서도 성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슈퍼셀은 세계적으로도 대규모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영화배우 리암 니슨이 출연한 광고는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이자 광고의 꽃으로 불리는 슈퍼볼(미식축구결승전)에서 첫 선을 보이기도 했다. 슈퍼셀은 이 1분짜리 광고를 내보내는 데 100억 원을 썼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가운데 대다수는 출시 뒤 6개월이 지나면 인기가 식는다”며 “슈퍼셀이 출시한 지 3년에 접어든 클래시오브클랜을 계속 정상에 올려놓은 비결은 바로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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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게임업체 슈퍼셀은 '클래시오브클랜'의 국내진출 초반부터 공중파 TV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빠른 시간에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 1위를 차지했다. <슈퍼셀> |
◆ 슈퍼셀 창업자, 일카 파나넨
슈퍼셀은 글로벌 모바일게임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가치만 약 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슈퍼셀에 현재 32개 국가에서 모인 150여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슈피셀 대표를 맡고 있는 알카 파나넨은 슈퍼셀의 성공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그는 올해 만 37세에 불과하지만 게임업계 경력만 15년인 베테랑 게임제작자다. 페이스북을 지원했던 유명 벤처캐피탈 엑셀파트너스가 파나넨의 명성을 믿고 1200만 달러를 투자했을 정도다.
파나넨은 2000년 6월 게임제작사 슈메아를 세운 뒤 2004년 미국 게임회사 디지털초콜릿에 이 회사를 매각했다. 파나넨은 디지털초콜릿 유럽지사장을 거쳐 2010년 사장에 올랐으나 그해 6월 회사를 나와 동료 5명과 함께 슈퍼셀을 세웠다.
파나넨은 슈퍼셀 창립 뒤 페이스북과 연동되는 소셜 액션게임 ‘건샤인넷’ 등 165개의 게임을 내놓았다. 그러나 모두 흥행하지 못하자 모바일게임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는 “변호사나 투자사업가 등 고액연봉자들도 게임을 골프처럼 하나의 취미생활로 즐긴다”며 “모바일게임은 다른 플랫폼의 게임과 달리 일상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슈퍼셀은 농장에서 가축을 키우는 내용의 모바일게임 ‘헤이데이’를 2012년 5월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헤이데이는 지난해 기준으로도 세계 모바일게임 매출 6위에 오르며 여전히 위력을 유지하고 있다.
슈퍼셀은 2012년 8월 클래시오브클랜을 내놓으며 연타석 홈런을 쳤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슈퍼셀의 2013년 매출이 8천억 원 이상이며 영업이익도 340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2월 해커에게 내부자료가 유출되면서 슈퍼셀의 1일 평균 매출이 55억 원 이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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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셀은 올해 2월 초부터 대표 모바일게임 '클래시오브클랜' 광고에 유명 배우 리암 니슨을 기용해 호평을 받고 있다. |
파나넨은 단기수익에 집착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장기적 성공을 거둔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금도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준비하다 실패한 사람들에게 샴페인 파티를 열어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파나넨은 “한때 소셜게임제작사 징가 등이 크게 성공했으나 투자자를 만족시킬 단기수익률에만 초점을 맞추다 결국 실패했다”며 “모바일게임에서 돈을 벌려면 반대로 돈벌이를 생각하지 말고 오직 재미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파나넨은 앞으로 신작 출시를 천천히 진행하는 대신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 클래시오브클랜도 이용자 가운데 대부분이 1년6개월 이상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나넨은 게임 ‘슈퍼마리오’ 시리즈로 30년간 사랑받은 일본 게임제작사 닌텐도를 슈퍼셀의 롤모델로 정해놓고 일한다.
슈퍼셀은 지난해 3월 바다에서 진행하는 현대전을 다룬 모바일게임 ‘붐비치’를 출시한 뒤 단 3종의 모바일게임만 운영하고 있다. 2014년 12월 퍼즐게임 ‘스푸키팝’을 캐나다 애플 앱스토어에 내놓고 현재까지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파나넨은 “1개월만 즐기다가 그만두는 게임이 아니라 수년 동안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슈퍼셀도 게임 이용자들의 참여와 지속적 플레이를 최우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