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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이명박 정부 시절 이뤄진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가 한창이다.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사업 공과를 두고 정치권 논란이 뜨거운데 자원외교와 관련 기업들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대표적 기업이 최태원 회장의 SK그룹과 조현범 사장의 한국타이어다.
◆ 이명박,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나랏돈 36조 증발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출범과 동시에 자원외교를 국가적 어젠다로 내세워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민간기업들을 적극 끌어들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시절 해외자원외교에 투입된 예산은 41조 원인데 이 가운데 회수금은 5조4천억 원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36조 원에 이르는 나랏돈이 허공으로 증발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을 국가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을 총동원했다.
자원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의 자주개발률을 2012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명분 아래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막대한 나랏돈을 쏟아부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외에도 민간기업들을 ‘자의반 타의반’ 참여시키기 위해 ‘당근’을 아끼지 않았다. 자원개발사업에 대기업 특혜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석유탐사나 광산개발 같은 자원개발사업은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된다. 웬만한 규모의 기업들이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사업이다.
◆ 최태원, 이명박 정부 해외자원개발사업 적극 협력
이명박 정부시절 민간기업 가운데 자원외교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업으로 단연 SK그룹이 꼽힌다.
SK그룹은 자원개발과 뗄 수 없는 기업이다. 창업주인 최종현 회장은 1980년 2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국가 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장기 원유공급계약을 따냈다.
최 창업주는 이를 계기로 대한석유공사(유공)을 인수하는 데 성공하며 섬유에 머물렀던 사업영토를 석유로까지 넓히며 단숨에 재계 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렸다.
최태원 회장 역시 선친의 유업을 이어받아 글로벌 자원개발에 앞장섰다. SK그룹은 2012년 기준 16개 나라 33개 광구에서 원유탐사와 개발, 생산을 진행했으며 페루 등 4개 나라에서 액화천연가스(LNG)사업도 추진했다.
최 회장의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집념은 이명박 정부시절에 꽃을 피웠다.
SK그룹 계열사인 SK네트웍스는 광물자원공사와 함께 각각 25%의 지분을 투자해 호주 리스고 스프링베일 탄광사업에 참여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석유공사와 베트남 해상광구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데 뛰어들었다.
SK그룹은 정부의 자원개발사업에 적극 협조해 민간기업 가운데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이명박 정부가 자주개발률 목표달성을 위해 민간기업에 대해 ‘성공불융자’ 제도를 이용해 결과적으로 막대한 특혜를 줬기 때문이다. 성공불융자는 기업이 나랏돈을 빌려 자원사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융자금 대부분을 탕감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2011년부터 4년 동안 정부가 대기업과 공기업에 이 제도를 통해 감면해준 금액은 3677억 원, 47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이 이를 통해 감면받은 돈은 현재까지 605억 원으로 석유공사가 탕감받은 2245억 원의 뒤를 이어 두 번째다. 민간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부좌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가 민간기업 참여 독려를 목적으로 성공불융자를 통해 대기업에 융자금을 더 지원하려 한다”며 “4년 동안 사업실패로 확정된 금액이 이 정도인데 앞으로 최종결과가 나오면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조현범 투자회사들, 자원외교 재료 주가폭등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개발사업 논란과 관련해 주목되는 또 다른 기업은 한국타이어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사위다.
조 사장은 최근 자원외교를 재료로 주가조작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사장은 2007년 엔디코프 등 3곳의 회사에 주식투자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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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
문제는 조 사장이 투자한 기업들이 하나같이 자원개발사업 목적을 추가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점이다.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3일 국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위에서 “조현범 일가의 자원개발 종목에 대한 주식투자를 금감원에 조사를 의뢰하거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조 사장이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검찰 조사 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대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홍 의원은 “검찰이 2009년 조 사장을 조사하면서 엔디코프 주식매입에 대해 투자자문사의 간접투자로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으나 당시 투자자문사는 한국타이어 계열사였다”고 주장했다.
조 사장은 2007년 4억 원, 조 사장 일가 3억 원 등 모두 7억 원 상당의 주식을 한국타이어 자회사인 FWS투자자문사를 통해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디코프는 이 무렵 국내외 에너지 자원개발을 사업목적에 추가했고 주가는 두 달도 안돼 6750원에서 2만1750원으로 300% 이상 폭등했다.
홍 의원은 엔디코프 외에도 코디너스 역시 비슷한 패턴으로 주가가 200% 이상 급등했다고 밝혔다.
조 사장이 2007년 유상증자를 통해 10억 원을 투자한 동일철강도 국내외 자원개발 사업목적이 추가된 뒤 한 달여 만에 주가가 1700% 이상 폭등했다.
홍 의원은 "조현범 일가의 엔디코프 지분 매도시기는 언제인지, 한국타이어 자회사인 FSW투자자문사가 엔디코프에 얼마나 어떻게 투자했는지 밝혀져야 한다"며 "정상적 투자가 아닌 주식시장을 교란해 이들이 챙긴 이득은 곧 개미들의 피눈물"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