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안시성, 명당, 협상의 포스터. |
안시성, 협상, 명당 등 추석을 겨냥해 개봉한 한국영화들의 성적표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안시성조차 손익분기점 달성이 위태로우면서 안시성에 투자한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의 아쉬움도 클 것으로 보인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안시성은 6일까지 누적 관객 수 504만 명을 넘겼다. 같은 기간 협상은 191만 명, 명당은 206만 명으로 세 영화 모두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세 영화는 투자배급사들이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둔 9월19일 내놓은 영화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는데 국내 은행들이 투자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안시성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지만 제작비를 보면 웃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안시성에 모두 22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극장 수익만으로 제작비를 회수하려면 최소 580만 명의 관객이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시성의 제작비 회수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대박’을 노리고 안시성에 투자했던 은행들도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5~6개 투자조합을 통해 안시성에 모두 13억4천만 원을 간접 투자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2억 원과 1억5천만 원을 간접 투자했다.
특히 세 영화 모두에 투자한 기업은행의 아쉬움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협상과 명당 역시 흥행이 저조해 손익분기점 달성이 불투명한 탓이다. 기업은행은 협상과 명당에 각각 3억3천만 원, 5억 원을 직접 투자했다.
협상과 명당 모두 100억 원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됐고 손익분기점도 각각 300만 명 정도다.
은행들이 영화에 투자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기업은행은 가장 적극적으로 영화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1편과 2편이 모두 1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신기록을 세운 ‘신과함께’ 시리즈에 투자해 이른바 대박을 쳤다.
기업은행은 신과함께 시리즈에 투자조합을 통한 간접 투자로 10억 원, 제작비로 10억 원을 더해 모두 20억 원을 투자했다. 이미 1편 ‘신과함께-죄와 벌’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했는데 2편 ‘신과함께-인과 연’ 역시 1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기업은행의 투자수익률을 끌어올렸다 극장 수익을 제외하고도 해외 판권 등 부가수익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상반기에 개봉한 투자 영화 7개 가운데 5개가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기업은행은 영화 투자를 위해 2012년부터 영화 투자배급사 출신의 외부 전문가들을 채용해 문화콘텐츠금융부를 만들었다.
기업은행은 9월 롯데컬쳐웍스와 협력기업 공동 지원을 위한 동반성장 협력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 협약에 따라 롯데컬처웍스와 기업은행은 기술력이 우수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롯데컬처웍스 협력기업에 5년 동안 2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비슷한 시기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 영화산업 발전 및 한국 독립예술영화 활성화를 위한 동반성장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기업은행은 100억 원 규모의 편드를 조성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영화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것은 물론 마케팅 효과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객의 주목도가 높은 오프닝 크레디트에 은행 이름이 등장하면서 홍보는 물론 문화산업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이미지도 함께 얻을 수 있다.
투자받는 입장에서도 은행의 투자는 반갑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투자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은행이 투자하면 다른 투자자 모집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미국에서는 이미 은행들의 영화 제작 투자가 매우 활발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